문화재-화석 연대측정 어떻게… 진실추적, 그 고단한 길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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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기 것으로 알려진 월정사 8각 9층 탑 밑에서 12세기 중국 동전이 나옴에 따라 이 탑의 연대를 12세기 이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0세기 것으로 알려진 월정사 8각 9층 탑 밑에서 12세기 중국 동전이 나옴에 따라 이 탑의 연대를 12세기 이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1월 충남 서산시 개심사의 아미타삼존불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3세기 목조 불상으로 확인됐다. 6월 중순엔 경남 창녕군 비봉리 신석기 패총(貝塚·조개더미)과 저습지 유적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그림이 있는 7000년 전 토기조각이 출토됐고 6월 말엔 인천 계양산성 우물에서 가장 오래된 4세기경 백제 목간(木簡)이 발굴됐다. 그리고 7월 초엔 경남 합천군 해인사 비로자나불이 9세기 목조 불상으로 밝혀짐으로써 목조불상 최고(最古)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들어 문화재의 각 장르에서 최고(最古) 신기록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문화재의 연대는 과연 어떻게 측정하는지, 그 과정에서 오류는 없는지 등을 알아본다.

∇동반 출토 유물과 관련 기록의 중요성=발굴 유물의 연대 측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일한 층위에서 함께 출토되는 유물의 연대다. 지진이나 공사 등으로 층위가 교란되지 않았다면 동반 유물과 같은 연대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동물 그림이 그려진 창녕 비봉리의 토기조각은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 토기 및 생활용구와 함께 출토됐다. 계양산성의 목간 역시 같은 층위에서 4세기경 토기와 함께 발견되었다.

1만5000년 전 화석인가, 7500년 전 화석인가. 생성 연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남제주군의 사람 발자국 화석. 문화재 연대 측정은 이처럼 측정 대상이나 측정 방법에 따라 종종 오차가 발생한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연대를 표시한 기록도 중요하다. 물론 그 기록이 조작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개심사와 해인사의 목조 불상은 그 내부에 1280년, 883년임을 알려주는 명문이 적혀 있었다.

∇연대 측정의 딜레마=2003년 10월 제주 남제주군에서 발견된 사람 발자국 화석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화석 주변의 유기물을 측정한 결과는 약 1만5000년 전(1만3513∼1만5161년 전), 발광법(發光法)으로 측정한 결과는 약 7500년 전(6800∼7600년 전·오차 생략)으로 나타났다. 손영관(지구과학) 경상대 교수는 “유기물의 연대가 1만5000년 전이라는 것이지 발자국이 찍힌 시기가 1만5000년 전이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측정 대상으로 삼는 시료(試料)나 측정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생명체 즉 유기물에만 적용할 수 있다. 생명체 내의 탄소 방사능 물질이 죽는 순간부터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는 원리를 이용한 측정법이다. 발자국 화석 자체는 유기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유기물의 연대를 대신 측정한 것이다.

발광법은 열이나 햇빛을 받았을 때 흙에서 발산하는 빛 또는 열의 양의 비율로 연대를 측정하는 법으로, 퇴적시기를 판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연대 논란과 객관성 확보의 중요성=10세기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해 온 국보 48호 월정사 8각 9층 탑의 조성 연대가 12세기라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있다. 2002년 조계종 발굴단이 탑 바로 아래 땅속에서 12세기 중국 동전인 숭녕중보(崇寧重寶)를 발굴한 것이다. 탑을 세운 뒤 나중에 밑을 파서 동전을 넣지 않았다면 탑이 12세기 또는 그 후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양식적으로는 11세기 이후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연대 측정에 대해 늘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객관적이고 반복된 측정을 통해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연대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조현종 고고부장은 “유리한 연대만 믿고 불리한 연대를 믿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조유전(고고학) 동아대 교수는 “지속적인 연대 측정으로 자료를 축적해 오차를 줄여야 한다”면서 “경기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경우도 20만∼30만 년 전이냐, 4만∼5만 년 전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자칫 나라 망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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