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1>至(이를 지)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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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를 ‘설문해자’에서는 새가 땅에 내려앉는 모습이며, 아래쪽의 가로획(一)은 땅이라고 풀이했지만, 갑골문을 보면 화살(矢·시)이 날아와 땅(一)에 꽂힌 모습이라는 해설이 더 합당해 보인다. 한나라 때의 예서에 이르러 화살의 촉과 꼬리 부분이 가로획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至는 ‘이르다’가 원래 뜻이다. 하지만 이후 어떤 목표점에 도달했다는 의미에서 ‘끝’이나 ‘지극’의 뜻이 생겼고, ‘최고’의 뜻까지 생겼다. 그러자 원래의 의미는 발음을 나타내는 刀(칼 도)를 더해 到(이를 도)로 분화했다. 또 손에 막대를 든 모습으로 ‘강제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는 복(복·칠 복)을 더하여 어떤 곳에 이르게 하다는 의미의 致(보낼 치)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至로 구성된 글자들은 대부분 ‘이르다’는 원래의 뜻을 담고 있다. 예컨대 室(집 실)은 면(집 면)과 至로 이루어져 사람들이 도착하여(至) 머무는 곳(면)을 말하며, 屋(집 옥)은 尸(주검 시)와 至로 구성되어 시신(尸)으로 대표되는 조상의 영혼이 이르는(至) 곳을 말한다. 그래서 屋은 사람이 사는 室과는 달리 주로 시신을 안치했던 곳을 말하며, 그곳은 주로 지붕 없이 선반처럼 만들어졌고 위를 장막으로 둘러쳤다. 그래서 屋에 ‘덮개’라는 뜻이 생겼고, 여기에 巾(수건 건)을 더해 幄(휘장 악)을 만들었다.

또 臺(돈대 대)는 원래 지붕에 장식물이 달린 높게 지은 건축물의 모습에다 至가 더해진 구조인데,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至) 사방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樓臺(누대)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擡(들 대)는 손(手·수)으로 높이(臺) ‘들어올리다’는 뜻이다. 그리고 臻(이를 진)도 至가 의미부이고 秦(벼 이름 진)이 소리부로 ‘이르다’는 뜻을 담았다.

하지만 窒(막을 질)과 桎(차꼬 질)은 이르다라는 의미보다는 ‘지극’이라는 파생 의미를 담고 있다. 즉 窒은 동굴(穴·혈)의 끝(至)이라는 의미에서 막다른 곳이라는 뜻을 그렸고, 桎은 큰(至) 죄를 지었을 때 발에 채우는 나무(木)로 만든 형틀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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