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베스트 게임’ 교체로 본 문화변천

  • 입력 2005년 7월 2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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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의 한 PC방. 긴 머리의 여성 4명이 나란히 앉아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시간 PC방 이용자 12명 중 7명이 여성. 그 옆에는 두 대의 컴퓨터와 의자가 칸막이 없이 나란히 놓인 ‘커플석’이 있다. PC방 아르바이트생 민태병(21·인천 계양구 계산동) 씨는 “최근 손님 중에 커플,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남자 친구와 PC방을 즐겨 찾는다는 최린(23·여·경북대 대학원생) 씨는 “예전에는 PC방은 남자 친구 혼자 가는 곳이었지만 요즘은 함께 애용하는 데이트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캐주얼 게임과 PC방의 신주도층

여성과 30대 이상 성인이 PC방 주이용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PC방 이용의 새로운 계층으로 떠오른 이유는 ‘카트라이더’를 위시한 ‘캐주얼게임’의 인기 때문. 캐주얼게임은 간편한 조작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게임. 인형캐릭터가 카트를 타고 순위 경쟁을 벌이는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골프게임 ‘팡야’ 등이 이에 속한다.

카트라이더의 여성 회원 비율은 35%. 다른 온라인 게임들의 여성 비율이 10% 안팎인 데 비해 훨씬 높다. 30대 이상 이용자 비율도 19%에 이른다.

이처럼 ‘여성과 30대 이상’의 새로운 PC방 주도층들이 PC방 문화를 바꾸고 있다. 카트라이더 애용자인 장민희(20·대학생) 씨는 “예전엔 PC방하면 승패에 집착하는 전투적인 남자 게이머, 자욱한 담배연기, 어두운 분위기가 생각났지만 여성과 직장인이 많아지다 보니 게임문화가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PC방 인기 게임이 오프라인의 문화를 바꾼다

게임전문가들은 베스트 게임 변화에 따라 PC방 문화 변천을 3기로 나눈다. 1기는 스타크래프트 시기(1998∼2001년). 이 시기 PC방 문화의 특징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남성이 3, 4명씩 사자처럼 몰려다니는 ‘집단’ 문화. 이들은 상호 접속해 게임을 하는 집단 게임 문화를 낳았다.

2기는 2002∼2004년 리니지 등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유행기. 본격적인 ‘폐인(廢人)’문화가 형성된 때다. 10시간 이상씩 게임에 몰두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장시간 게임으로 신경이 곤두서다 보니 게임 중 채팅에 감정적인 욕설이 많았다. 게임 중독, 수천만 원이 오가는 게임아이템 현금 거래, 각종 사이버 사기 등 PC방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3기는 2005년부터 본격화된 캐주얼게임 전성기. 여성층이 유입되면서 PC방 이용층이 다양해졌고 이는 남성 주도 강성 게임 문화를 순화시켰다. 게임평론가 박상우 씨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게임에의 지나친 몰입과 경쟁심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감소 △욕설 등 극단적인 감정의 배제 △집착, 중독이 적어지는 등 건전한 놀이문화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인터넷 게임 특징과 주 이용자
게임 스타 크래프트 등전략 시뮬레이션리니지, 라그나로크,뮤 등 다중접속 RPG카트라이더, 팡야 등캐주얼게임
주 이용자10대 후반∼20대 후반 남성10대 후반∼ 20대 초반 남성 20, 30대 여성과 15세 미만 초등학생
이용자 특성연대감 중시 소집단개별화된 폐인 집단여성 위주 연성집단
게임 특징 1. 구성원 간 상호신뢰중시2. 강한 승부욕으로 멤버 간 갈등 큼3. 바쁜 손놀림을 요구하는 게임 특성상 군것질 등 불가4. 집단의 우정을 중시1. 개인 활동 지향2. 승부욕보다는 수집욕 강함3. 장시간 게임으로 신경이 날카로 워져 게임채팅에서 욕설 난무4. 비싼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 래. 직업적인 게이머 등장1. 철저히 즐기는 대상으로 뭉침2. 여가활동의 일부분으로 인식. 게임에 대한 집착이 없어 극도의 감정변화 없음3. 다양한 게임 액세서리 구매로 제작사 수익을 올려줌4. 군것질 많이 해 PC방 식품 매출 상승
이용 시간 1∼3시간5시간 이상1시간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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