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 디자인 시대…와∼ 이집 미술관같네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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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들어서는 ‘발트하우스’는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가 대거 참여해 짓는 전원주택단지. 조형물처럼 설계된 57∼85평형 80가구가 2만1000평 부지에 하나의 작품처럼 들어선다. 사진은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입주자 전용 클럽하우스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사진 제공 더 뮤지엄
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들어서는 ‘발트하우스’는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가 대거 참여해 짓는 전원주택단지. 조형물처럼 설계된 57∼85평형 80가구가 2만1000평 부지에 하나의 작품처럼 들어선다. 사진은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입주자 전용 클럽하우스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사진 제공 더 뮤지엄
《참살이(웰빙), 디지털에 이어 디자인이 주택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주택 건축에 참여하면서 예술 작품처럼 지어진 집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국내 상업 건물에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된 지는 오래. 서울 종로 밀레니엄타워, 강남 교보타워,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등의 오피스 빌딩은 기하학적이고 감각적인 외관으로 지역의 상징물이 됐다. 이제는 이런 추세가 주택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이 네모반듯한 건물과 획일적인 설계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외관과 개성 있는 평면을 갖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주거 상품에서 예술 작품으로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선보이는 ‘부띠크모나코’는 비즈니스 펜트하우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오피스텔.

부띠크모나코는 각 집이 평형이나 호실이 아니라 샤갈하우스, 피카소하우스, 마그리트하우스 등 5명의 유명 화가 이름으로 불린다. 전체 172가구가 이들 화가의 작품 특성에 맞춰 모두 다른 평형과 평면으로 지어지기 때문.

마그리트하우스는 벨기에 초현실주의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구름 위의 산책’에서 모티브를 딴 집이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2개의 공간으로 나뉜 실내가 3.4∼8m의 다리로 이어지게끔 설계됐다.

층고가 7m나 되는 샤갈하우스는 지붕 위에서 작업을 많이 했다는 프랑스 화가 샤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마티스하우스는 기존 아파트의 최상층에만 선보였던 넓은 정원과 테라스가 딸린 집으로 층에 상관없이 건물 곳곳에 들어선다.

경기 용인시 양지면에 들어서는 ‘발트하우스’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 듯 조성되는 전원주택단지다.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지는 부지 조성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해 땅과 주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이처럼 공동주택도 획일적으로 만들어지는 기성품이 아니라 가구마다 개성을 살려 짓는 맞춤형 상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사거리 인근에 들어서는 ‘부띠크모나코’는 피카소, 샤갈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본뜬 신개념 오피스텔. 건물 전체가 유리로 이뤄져 집 어디에서나 밖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제공 GS

○ 건축가와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어야

이러한 건축물들이 탄생한 데는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참여가 큰 기여를 했다.

발트하우스는 포도송이를 형상화해서 제주 포도호텔을 설계한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을 비롯해 현대 아이파크 펜트하우스를 설계한 배대용 씨, 평창동 아뜰리에 등을 디자인한 유이화 씨 등 유명 건축 디자이너가 대거 참여했다. 지난달 4일 모델하우스 없이 분양을 시작했는데도 건축가 이름만 듣고 찾은 사람이 많아 1차 분양분 10채가 모두 사전 예약됐다.

부띠크모나코도 건축가 조민석 씨의 손에서 태어났다. 조 씨는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 한국인 건축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초청된 딸기 테마파크 건축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들어서는 고급 빌라 ‘베버리힐스 빌리아’도 미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6명의 손길이 닿았다.

생활용품은 필립 스탁, 가구와 벽지는 조르조 사포리티, 집 외관 설계는 리처드 마이어, 조명 기구는 잉고 모레 씨 등이 각각 담당했다.

컨설팅 전문업체 플래닝코리아의 이병주 대표는 “2, 3년 뒤에는 주택 건축에 디자이너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주택도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감성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아파트 등 대중적인 주택까지 이런 디자인 개념이 확장되는 데는 걸림돌도 많다.

GS건설 주택영업팀 김영기 차장은 “과감한 설계를 적용하고 개성 있는 집을 지으려면 마감재나 시공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특히 유명 디자이너일수록 비용은 훨씬 높아진다”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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