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미디어렙 도입 일정 10월까지 확정”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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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2000년 추진했다가 부작용이 우려돼 보류했던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 광고 판매대행사)의 도입 일정과 방식을 10월까지 정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부는 4월 말 방송광고과 방송광고태스크포스(TF) 산하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박찬표(朴璨杓) 연구위원, 숭실대 김민기(金敏基) 언론홍보학과 교수, 단국대 박현수(朴賢洙) 언론영상학부 교수, 한국광고주협회 김기원(金基元) 상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태섭(申泰燮) 정책위원장 등 5명을 위원으로 ‘미디어렙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미디어렙 소위는 최근까지 3차례 회의를 가졌으며 앞으로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회의를 갖고 10월까지 구체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디어렙은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는 KOBACO가 전담하고 있으며 미디어렙이 설립되면 경쟁체제로 변한다.

문화부 송수근(宋秀根) 방송광고과장은 “소위 위원들이 ‘KOBACO 독점체제가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되며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을 KOBACO가 책임지고 다른 미디어렙이 SBS와 지역민방을 대행한다’는 1공영 1민방 안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소위에선 미디어렙의 빠른 도입을 위해 KOBACO가 민방 미디어렙에 일부 출자하도록 하는 방침도 마련했다. 현행 방송법이 방송광고 대행기관을 KOBACO와 출자회사로 정하고 있어 법을 바꾸지 않고도 미디어렙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에선 1공영 1민방에 그치느냐, 아니면 1공영 1민방을 3∼5년 한시 운영한 뒤 2공영 1민영 등 완전경쟁체제로 나가는 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는 미디어렙 도입 재추진 이유로 △10월 안에 방송 광고 시장 개방을 위한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 △ 정병국(鄭柄國)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미디어렙 설립을 촉구했다는 점 △방송 통신 통합위원회 출범 시 방송 광고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렙이 설립될 경우 방송의 공공성 훼손과 군소 및 신생 미디어의 위축,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주의 간섭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방송학자는 “경쟁체제가 되면 광고 단가가 크게 올라 지상파 3사는 좋겠지만 중소기업은 광고 기회가 줄고 군소 방송사는 광고 수입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방송과 지역민방, PD연합회 등은 미디어렙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기독교, 불교, 평화, 극동, 원음방송 등 종교방송은 이번 주 안으로 문화부와 방송위원회에 미디어렙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낼 예정이다.

PD연합회도 최근 회보에서 미디어렙 도입 움직임과 관련해 “광고주가 해당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현재 KOBACO 체제의 긍정적 요인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렙이 매체 간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광고가 급격히 방송 쪽으로 쏠리면서 다른 매체의 광고 급감으로 신문 잡지 인터넷 뉴미디어 등의 쇠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디어렙은 문화부가 2000년 규제 폐지 차원에서 1공영 1민영을 골자로 한 ‘방송 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까지 마련했으나 MBC가 자사를 위한 별도의 미디어렙 설치를 주장해 무산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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