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미술계에서 말하는 ‘이중섭 위작논란’ 3大 의문점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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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작가 이중섭의 유족이 최근 공개한 작품들 중 일부가 위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미술계에서는 국내 미술시장 발전의 관건이 되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들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정리해본다. ▶본보 3월 31일자 A19면 보도 참조

▽경매 전 감정은 제대로 했나?=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은 경매 때마다 모든 작품들을 감정한다고 밝혀왔다. 서울옥션의 감정위원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정준모 관장과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사장. 그러나 정 관장은 “논란이 된 이중섭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신 사장은 “e메일로 보내온 사진을 보고 감정을 한 뒤 ‘(진짜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옥션 측이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공신력에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미술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서울옥션이 진품이라는 유족들의 말만 믿고 경매에 내놓았다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만약 서울옥션이 자체 감정 결과를 갖고 있다면 이를 공개해 이 문제를 논리와 사실의 관계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옥션 측은 “진위 여부를 위한 재감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왜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가 나섰나=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는 화랑협회에서 독립한 사단법인이며 함께 감정에 참여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이 위원회가 세운 민간회사. 서울옥션 이호재 대표가 감정위원회 송향선(가람화랑 사장) 위원장과 절친한 사이여서 이 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이달 초 이 대표가 ‘물고기와 아이’를 3억2000만원에 사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러니 감정을 해달라고 한다며 직접 감정을 의뢰해 왔다”며 “10여 명의 감정위원들이 세 차례 감정한 결과 전원이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려 감정서를 발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족 말만 믿고 경매를 강행한 이 대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일관성 없는 발언=유족들은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위작 시비가 일고 있는 작품이 진품으로 결론 난다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유족들이다.

그러나 작품 소장 경위와 관련한 이중섭의 차남 태성 씨의 말은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50년 전,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아버지가 일본에 올 때) 아버지의 유화를 한 점도 가져오지 못했다. 대신 200여 점에 이르는 그림엽서와 은지화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2일 기자회견에서는 “아버지가 월남할 때도 그림을 많이 가져왔고 그때 그림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연대나 작품 경향이 이중섭의 활동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질문에 대해 그는 “어머니가 갖고 있던 그림이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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