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77>手(손 수)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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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는 금문에서부터 등장하며, 손의 모습을 특이하게 그렸다. 어찌 보면 나뭇잎의 잎맥이나 나뭇가지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글자는 사실 손의 뼈대를 형상화하여, 가운뎃손가락을 중심으로 네 손가락이 대칭으로 균등하게 펼쳐진 모습이다.

인류가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해방된 손은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발달시켜 나가는 가장 중요한 부위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手는 도구 사용의 상징이 되었고, 高手(고수)나 鼓手(고수)처럼 도구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사람’ 그 자체를 말하기도 했다.

掌(손바닥 장)은 ‘손바닥’을 말하는데, 위로(尙·상) 향한 손(手)라는 의미다. 손바닥은 발바닥과 마찬가지로 아래로 향해 있기에, 이를 뒤집어 위로 향하게 할 때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것이 특징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또 손은 그 자체로도 도구였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대표적 신체기관이다. 예컨대 打(칠 타)는 못(丁·정)을 치는 손동작을 그렸는데, 현대 중국어에서 거의 모든 동작을 다 대표할 수 있는 동사로 발전했다. 강(들 강)은 땅을 다질 때 쓰는 달구(工·공) 같은 도구를 손으로 든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손’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게 존중을 표하는 부위이기도 했다. 拜(절 배)는 원래 새로 수확한 곡식을 조상신에게 두 손으로 바치는 모습이었으나, 소전체에서 두 손(手)과 下(아래 하)로 구성되어 두 손을 모아 자신을 낮추며 ‘공경’을 표시하는 의미를 그려냈다. 또 承(받들 승)은 갑골문에서 앉은 사람(절·절)을 두 손으로 받드는(공·공) 모습이었으나 소전체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로부터 ‘받들다’의 의미가 나왔고, 繼承(계승)에서처럼 이전의 경험을 존중하며 이어간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折(꺾을 절)은 도끼(斤·근)로 잘라놓은 풀이나 나뭇가지를 그렸는데 소전체에 들어 지금의 자형으로 변했고, 才(재주 재)는 싹(철·철)이 땅(一)을 비집고 올라오는 모습으로부터 그 위대한 ‘재주’를 형상화 한 글자로, 원래는 모두 手부수와 관계없는 글자들이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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