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 광화문 현판 관련 오락가락

  • 입력 2005년 2월 15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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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경 촬영된 광화문 유리원판 사진(아래)과 어두운 현판 부분을 디지털 복원기술을 통해 판독해낸 현판 글씨. 디지털 화상에서 검은색 망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승 기자
1916년경 촬영된 광화문 유리원판 사진(아래)과 어두운 현판 부분을 디지털 복원기술을 통해 판독해낸 현판 글씨. 디지털 화상에서 검은색 망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문화재청은 그동안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현판 교체를 강행하기로 하고 현판 글씨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문화재청이 후보로 검토 중인 글씨는 △1865년 경복궁 중건 때의 현판인 임태영(任泰瑛)의 글씨 △여초 김응현(如初 金膺顯) 등 현역 서예가의 글씨 △조선시대 목판활자로 가장 빼어나다는 갑인자(甲寅字·1434년) △정조(正祖)의 어필 집자(集字) △명필가 석봉 한호(石峯 韓濩)의 글씨 집자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글씨 집자 △퇴계 이황(退溪 李滉) 글씨 집자 등이다.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임태영 글씨의 현판을 복원 중이라고 밝혔다. 임태영은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으로서 영건도감제조를 맡아 공사를 총지휘한 인물. 중건 당시의 공사일지인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는 임태영이 현판 글씨를 썼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판은 6·25전쟁 때 광화문 문루와 함께 불타 없어졌다. 그 후 광화문 중건 당시 현판은 조선 후기 명필 정학교(丁學敎)의 글씨로 잘못 알려져 왔다.

문화재청은 임태영 현판의 복원을 위해 1916년경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광화문 유리원판 사진의 현판 부분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글자의 윤곽을 확인했다. 문화재청은 2개월 정도 작업을 더 진행하면 좀 더 선명한 글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청장은 “일본 도쿄(東京)대에 1902년 촬영한 광화문 사진의 유리 필름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를 찾아내면 완벽한 복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또 “문화재 복원의 원칙은 ‘원상 복구’라는 점에서 여러 대안 중 디지털 판독을 통한 복원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며 “시일이 오래 걸린다면 광복 60주년을 맞는 이번 8·15 광복절을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화재청이 정조의 어필 집자를 추진하려다 비판이 심하자 원판 디지털 복원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당초 3월에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광화문 현판 교체 글씨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디지털 복원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5월경에나 문화재위원회가 열릴 전망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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