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광화문 현판 세번째 편지

  • 입력 2005년 1월 31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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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교체’ 문제로 서울대 67학번 동기로 ‘40년 지기’인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서신공방을 펼쳤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31일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편지를 보내 문화재청의 방침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26일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한글 현판을 조선 정조의 한문글씨체로 바꾸기로 하자 유 청장에게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었다.

이에 유 청장은 27일 답신에서 “광화문 현판 교체는 1995년에 결정된 일”이라고 반박하고 “광화문과 달리 현충사는 박 전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이라 친필 현판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누리꾼들의 반발을 불러왔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유 청장은 28일 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 의원은 3번째 편지에서 “먼저 나로 인해 유청장이 곤경에 빠지게 된 것 같아 참으로 민망한 마음” 이라고 소회를 밝히면서 “문제가 된 ‘현충사’ 발언은 유청장이 광화문 현판의 교체를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한 비유’를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글을 보는 분들도 유청장이 사과성명까지 낸 마당에 더 이상 핵심에서 벗어난 인신공격은 그만두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다시 ‘광화문’으로 논점을 옮겨 “청장 답신에도 나의 의문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유청장은 근정전 앞 광복 60주년행사에 맞춰 광화문 현판을 교체하기로 돼 있었다고 했으나, ‘한글 광화문’이 있다고 그곳에서 행사를 못할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제1신에서도 지적했듯이 ‘광화문’ 복원사업이 시작도 안된 상태에서 ‘박정희 한글 광화문’ 현판이 교체된다면 그야말로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잘 아는 대로 박정희 유산을 지우겠다는 유형무형의 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밝혔듯이 역사를 권력의 힘으로 재단(裁斷)하려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대안으로 언급한 ‘正祖 글씨 집자 현판’도 지적했다.

그는 “유 청장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고궁의 격에 맞추기 위해 한석봉과 김정희, 그리고 正祖 세분 글씨 중에서 집자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집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불변인가, 광화문과 관계없는 분들의 글씨를 집자해서 현판을 달아야 고궁의 격에 맞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가 35년간 걸려 있었음에도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이 나라 지성인들이 시대적 소명과 역사의식이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라면서 “많은 국민들은 광화문을 경복궁의 일부라는 인식에 앞서 서울 중심대로의 상징적 건물로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현판 바꾸는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청장 말대로 현재 진행되는 일이 경복궁을 복원하는 것이지 광화문 건물 자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아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살려 단안을 내린다면 그것이 역사와 미래가 손잡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지조와 양심 있는 선비 내 친구 유홍준이 문화재 청장으로 길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며 “오해와 불신이 많은 공직사회에서 선비정신으로 꿋꿋이 헤쳐 나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 볼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김형오 의원,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보낸 공개서한 전문

▶김형오의원의 공개서한에 대한 답신 전문

▶김형오의 두번째 편지 "유청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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