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 광화문 안내판엔 무슨 글이…” 네티즌 찬반 논란

  • 입력 2005년 1월 25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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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의 박정희 전 대통령 한글 친필을 정조의 한문 글씨로 바꾸려는 문화재청의 방침에 누리꾼들의 찬반 공방이 뜨겁다.

일각에선 개혁군주인 정조의 이미지를 현 정부와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광화문 현판 교체를 주도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노대통령이)정조와 닮은 점이 많다”고 얘기한 사실이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 박정희 前대통령 공방 문화계까지 확산 (POLL)

현재 문화재청 게시판은 주민등록번호까지 밝혀야 글을 쓸 수 있음에도 수백건의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ID가 ‘개울가가재’라는 누리꾼은 “현판 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조와 개혁을 운운한 청장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며 “현정권에 어울려서 바꾸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한다면 어떤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남경래’는 “왜 꼭 지금 교체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교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복원을 마친뒤 역사적 검증을 거쳐서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대로’는 “68년 재건 당시 국가원수의 친필로 제작된 현판도 역사의 자료이자 문화재”라며 “광화문이라고 쓴 적도 없는 옛 임금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김재복’은 “훗날 광화문 안내판과 운한각 안내판에는 ‘모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싫어해서 마음대로 현판을 갈아치웠다’는 문구가 게재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동환’은 “전에 유 문화재청장 책을 읽고 정말 열정적인 분이라고 믿고 좋아했는데, 실망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문화재청의 방침에 환영하는 글도 있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한글 현판은 경복궁에 맞지 않는다며 역사 유물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선’은 “독재자의 글을 아직까지 문화재로 갖고 있다는 것은 수치”라며 “광화문 현판을 그대로 두면 독재자 김정일의 그림을 소장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주장했다.

‘rea2002’는 “노무현 대통령 글씨로 현판을 만들자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정조의 개혁 정신이다. 국가의 원수가 역사적 인물을 표방하고자 하는 것은 칭찬해 주어야 할 일”이라고 교체를 옹호했다.

‘park0121kr’는 “독재자 박정희의 현판을 끌어내리는 데 왜들 반대하냐”며 “조선시대 궁궐 문에 대한민국 대통령 글씨가 있다는 게 망신살이다. 박 대통령의 글씨는 박물관에서나 보관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현판 교체’에 관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역시 찬반이 갈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경우 11828명이 참여한 가운데 51.7%의 누리꾼들이 현판교체를 반대했으며, 48.2%는 찬성했다.

이런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이 경기도 수원시 화령전(사적 115호)의 운한각에 쓴 현판도 24일 교체됐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1966년 박 전 대통령이 쓴 운한각 한문 현판이 낡고 오래돼 바꿨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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