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Right]3부<4>한성진 기독교사회책임 집행위원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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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최대 비정부기구인 ‘기독교사회책임’의 한성진 집행위원은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자기 반성을 통해 거듭 난 뒤 사회개혁과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주훈 기자
기독교계 최대 비정부기구인 ‘기독교사회책임’의 한성진 집행위원은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자기 반성을 통해 거듭 난 뒤 사회개혁과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주훈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0년 전에 했던 일을 우리가 못해낸대서야 말이 안 됩니다. 진정한 국민통합은 가해자와 피해자, 승자와 패자가 다함께 마음의 문을 열 때 가능합니다.”

지난해 11월 중도를 표방하면서 출범한 기독교계 최대의 비정부기구(NGO)인 ‘기독교사회책임’의 집행위원 한성진(韓聖進·37) 박사. 그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남아공에 유학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인종차별 정책으로 흑백 갈등이 치유불능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남아공이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 집권 이후 성숙하게 국민통합을 이뤄 가는 과정을 그는 현장에서 지켜봤다.

“과거 불행했던 시절 잘못을 서로 고백하고 용서하면서 손을 맞잡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진정한 화해와 과거사 정리의 참모습이 거기 있었습니다.”

한 박사는 이념 갈등이 만만찮은 우리 사회도 충분히 통합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대학 시절 한국외국어대 민중연대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학생운동에 몰두했던 그가 남아공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칼뱅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학생운동에 빠지면서 한때 종교를 버렸으나 운동권 내부의 권위적 관료주의와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목격하고는 다시 종교로 돌아왔다. 그의 최대 관심은 종교와 사회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었고, 남아공의 국민통합 과정이 던져준 감명은 매우 컸다.

2003년 12월.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 박사는 희망에 부풀었다. 한국에도 만델라 전 대통령 같은 진보적 정권이 들어선 만큼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박사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좌우 가릴 것 없이 자신에 대한 고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이분법적 분열주의가 판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던 시민단체와 종교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박사는 “수년간 시민단체는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내용적으로는 정치 편향성이 짙어지고 사실상 관변단체로 전락한 곳이 많았다”며 “정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시민단체가 넘쳐난들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사회가 다양화하면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공익적 부분을 시민단체들이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그런 면에서 시민단체의 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정부가 매년 엄청난 예산으로 시민단체를 먹여살리고 시민단체는 정권의 나팔수처럼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시민단체의 존재 의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상당수 시민단체가 ‘정부 정책 홍보→시민 외면→재정 악화→정부 지원→관변단체화→정부 홍보’라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스스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민의 자발적 지지와 지원을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게 한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종교계도 냉엄하게 비판했다. 자기반성과 나눔의 실천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신도들에게 수입의 10분의 1을 헌납하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상당수 교회는 사회를 위한 십일조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종교계에도 정치 논리에 빠지고 정치 편향적인 단체가 적지 않다”며 “종교계야말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입장에서 사회개혁 목소리를 내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와 사회를 잇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작년 말 동아일보 보도를 계기로 확산되기 시작한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을 보고 네덜란드의 한 대학에 초빙연구원으로 가려던 계획을 미련 없이 포기했다. 우리 사회에서 좌우 양극단의 이념갈등을 줄이고 중간지대의 토양을 가꾸는 일이 유학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오늘도 그는 ‘기독교사회책임’에서 종교를 통한 사회봉사와 사회통합에 힘을 쏟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한성진 박사는▼

△1968년 대구 출생

△1995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97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 교회사 박사

△총신대 대학원 강사

△기독교사회책임 집행위원

△한국기독교개혁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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