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법조계인사들 불교관련 책 출간 봇물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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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봉스님
부처의 가르침인 불법(佛法)과 세속의 법은 통하는 것일까.

최근 법조계에 몸담거나 법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불교 관련 책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김윤수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파주시법원 판사(53)는 ‘불교의 근본원리로 보는 반야심경·금강경 읽기’를 펴냈고, 지난달 김진태 춘천지검 강릉지청장(52)은 수월(水月)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을 펴냈다. 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법학을 강의하다 올해 사미계를 받은 학송(鶴松·60) 스님도 15일 ‘아이고 부처님’이라는 불교 수행관련 책을 냈다.

과거에도 법조인이나 사법고시 공부를 하던 사람들이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거나 직접 출가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曉峰·1888∼1966) 스님은 일제강점기에 판사를 하다 한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나 뒤에 진범이 잡히자 출가했다. 또 제24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을 지냈던 대성(大晟) 스님도 있다. 70년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황산덕 씨도 불교 관련 책을 저술하는 등 불교에 깊은 이해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절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불가의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이외에 불법과 세속법이 이처럼 친밀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 강릉지청장은 “불교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은 인간에 의무를 부과하면서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범죄도 인간이 저지르는 것으로 결국 법도 인간이라는 것으로 귀착된다”고 말한다. 법과 불교 모두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불교 교리가 법학처럼 논리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찾아 도를 구하는 과정이나, 현대의 우주론에 버금가는 불교의 ‘삼천대천(三千大千)세계’ 등을 공부해 나가는 단계가 법학의 논리 전개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학송 스님은 “합리적,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법학 공부는 불교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불교 진리 자체는 논리를 뛰어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치밀한 논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법학을 공부한 사람의 이해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윤수 판사는 “세속법은 사회현상일 뿐이지 불법과 특별히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는 삶에 관한 이치를 담은 철학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불교를 알면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며 “세상 모든 일이 다 불법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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