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현장에서/‘잘 먹고 잘 살면’ 참살이?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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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제는 ‘웰빙’이란 단어가 지겹다고 한다.

올해 한국을 휩쓴 무수한 바람 중에도 ‘웰빙’ 바람은 그 강도가 유난했다. 소비할 수 있는 모든 것에는 ‘웰빙’이란 접두어가 붙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최근엔 국립국어원과 동아일보가 함께 벌이는 ‘우리말 다듬기’ 운동에서 다듬은 말 ‘참살이’가 ‘웰빙’ 대신 많이 쓰이고 있다.

여하튼 그 끊임없는 참살이(웰빙) 열풍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참살이가 무엇인지 의문이기만 하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

참 좋은 말이긴 하나 여전히 막연하다.

기공과 요가를 접목해 ‘기(氣) 다이어트’를 창안 보급하고 있는 고원경 씨는 “현재 한국에서 ‘웰빙’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웰빙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육체적, 물질적인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잘 존재하는 것(well-being)’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잘 존재한다는 것은 조화롭게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나 스스로 몸, 마음, 영혼이 조화롭게 존재해야 하고 또한 나, 이웃, 자연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유기농으로 식사를 하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내 한 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참살이라면 진정한 참살이가 아닐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소유’와 ‘존재’로 나누고 물질적 소유와 탐욕의 ‘소유양식’에서 창조하는 기쁨을 나누는 ‘존재양식’으로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들의 참살이도 ‘소유’가 아니라 ‘존재’가 되도록 일대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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