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주도 김진홍 목사 “국론분열 더 두고볼 수 없다”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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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기독교사회책임’ 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김진홍 목사는 자유화 선진화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중도 보수의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승기자
시민단체 ‘기독교사회책임’ 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김진홍 목사는 자유화 선진화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중도 보수의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승기자
“국론이 분열되고 이념적 대결이 양극화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개신교계에서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진홍 목사(66·경기 구리시 두레교회 담임)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진단했다. 16일 오후 구리시 자택에서 만난 그는 “종교인으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 보수적인 개신교계 인사들과 함께 22일 서울 명동 YWC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독교사회책임’(이하 사회책임)이라는 시민단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사회책임’을 발족시키려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어요. 이제 선진국들이 걸었던 정통코스처럼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화된 선진사회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민중민주주의자들이 정통코스에서 벗어나 지배세력 교체를 추진하면서 이데올로기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요. 이데올로기 갈등은 다른 나라들이 이미 다 버린 낡은 것인데도 우리는 여기에 계속 매달려 있어요. 더 이상 나라의 위기와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 개신교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사회참여운동을 펼치기 위해 ‘사회책임’을 발족시키기로 한 것이지요.”

1980년대까지 빈민운동 등으로 개신교계의 대표적 진보인사로 분류됐던 김 목사는 “이제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변절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진보주의자에서 보수주의자로 ‘성숙’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목사는 좌파 논란에 휩싸인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해 좌파라는 말 대신 ‘민중민주주의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 정권이 지배세력 교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사회분열과 경기침체만 남게 될 게 뻔합니다. 이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다시 한번 손잡고 ‘자유화’로 나가야지요. 참여와 책임 공유를 통해 경제적으로 선진화하고 통일을 이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절실해요.”

―보혁(保革) 갈등의 근본원인 중 하나는 북한관의 차이인 것 같은데요.

“북한 체제가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수령론과 군대제일주의라는 낡은 가치관과 이론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굶주린 탈북자들이 제삼국을 떠돌게 하는 것은 민족적 범죄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북한을 좋게 볼 수 있습니까. 낭만적 민족주의나 오도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민족공조는 자멸의 길로 빠질 겁니다.”

김 목사는 그동안 통일운동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대북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을 강하게 반대한 최근 노 대통령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는 노 대통령의 의도가 순수했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그 발언은 북한 체제를 감싸는 듯한 인상을 줘 미국 등 우방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게 할 위험성이 큽니다.”

―‘사회책임’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입니까.

“‘사회책임’은 몇몇 사람이 주도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많은 개신교인들이 교파를 초월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지요. 앞으로 국민통합, 경제위기 극복, 한반도 평화와 사회안정을 위해 예언자의 자세로 용기 있게 바른 말을 할 것입니다.”

―다른 종교계나 시민단체와의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나요.

“동아일보에서 최근 ‘뉴 라이트-침묵에서 행동으로’ 시리즈를 통해 보도했듯이, 사회 전반에서 뉴 라이트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시리즈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냈습니다. 그 보도가 좌절감을 느끼는 많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책임’은 뜻이 맞는 지식인들이나 시민단체와 공동보조를 취해나갈 계획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희생 없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부정부패에 물들었던 보수주의자들은 철저히 자기반성을 해야 하지요. 참된 보수는 우리가 지켜온 값진 것들을 지키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보수는 결국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적으로는 열린 체제와 복지사회, 이런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지요.”

▷김진홍 목사는

1971년 서울 청계천에서 활빈교회를 만들어 빈민목회를 이끌었던 김진홍 목사는 ‘가난한 자의 목자(牧者)’ ‘공동체 선교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 1974년 유신 반대 데모를 주도하다 투옥돼 13개월 만에 석방되기도 했다. 1975년 경기 화성에 두레마을을 만든 이후 두레공동체운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1997년 개척한 구리 두레교회의 신자는 5000여명으로 늘었고 매달 1만원을 내고 그의 설교 테이프를 받아보는 두레공동체 회원도 2만여명에 이른다. 그가 지난해 8월 시작한 ‘오늘의 묵상’ e메일 선교 메시지를 매일 받아보는 회원도 7만2000여명에 달한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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