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高宗의 광무개혁은 러 차르체제가 모델”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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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사진)의 광무개혁은 러시아의 차르 체제를 꿈꾼 것일까.

허동현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17일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러일전쟁과 동북아의 변화’에서 발표하는 글을 통해 대한제국의 ‘광무개혁’(光武改革·1897∼1904년)이 러시아의 차르 체제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제국의 모델로서의 러시아’라는 발표문에서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는 일본, 김윤식과 김홍집 등 온건개화파는 중국, 서재필과 이승만 같은 친미개화파는 미국을 각각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다”며 “그럼 고종과 그의 측근인 민영익 한규설 등 친러파는 어떤 나라를 모델로 삼았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1899년 8월 17일 공표된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에 따르면 황제는 육해군 통수권, 입법권, 행정권, 관리임명권, 조약체결권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한 전제군주였다는 것이다. 또 정당활동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대한제국은 일본의 천황제보다는 러시아 차르 체제와 더 유사하다고 허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일본이나 러시아 모두 산업화 후발선진국인 프러시아를 모델로 했으나 일본의 천황제는 정당활동을 허용한 반면 차르 체제는 정당활동을 금지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광무개혁은 아관파천(1896년) 이후 단행됐지만 그간 학계에서 일본의 천황제나 그 원류인 프러시아의 영향만 언급했을 뿐, 당시 고종이 가장 의지했던 러시아의 영향은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냉전시대에 러시아를 계승한 구소련에 대한 거부감과 대한제국의 자주성 강조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 시론(試論)을 바탕으로 2005년 말 대한제국과 러시아 차르 체제를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러시아 차르 체제는 혁명으로 무너진 후진적 근대체제였다는 점에서 이 논문이 발표되면 고종시대 광무개혁의 근대성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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