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렉산더’ 콜린 파렐-앤젤리나 졸리 LA 인터뷰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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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대담한 자를 사랑한다.” 영화 ‘알렉산더’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경구가 화면에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스의 변방 마케도니아에서 군사를 일으켜 인더스 강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기원전 356∼기원전 323년). 미국에서 11월 24일 첫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13년에 걸친 그의 정복 여정을 중심으로 어머니인 올림피아의 애정과 집착, 친구 헤파이션과의 우정, 죽음으로 끝난 ‘대담한’ 야망 등을 엮어 낸다. 주인공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과 올림피아 역의 앤젤리나 졸리를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만났다.

● 알렉산더 역 콜린 파렐

“스턴트가 필요한 장면도 90%는 직접 연기했죠. 왜? 재미있으니까요.”

콜린 파렐(27)은 불콰한 얼굴에 와인 잔을 든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의 단추 세 개를 풀어헤친 그의 가슴에는 ‘군 인식표’ 스타일의 목걸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갑옷 무거워 촬영 고생
고난도 장면 직접연기

―알렉산더라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알렉산더? 인간으로서 완벽한 아이러니죠. 리더이자 정복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남자의 전형이지만, 과연 자신은 생에 만족했을까요?”

―수많은 전투 장면을 촬영하다 보면 갑옷 무게도 부담이 됐을 텐데….

“고생은 했어요. 육로만 따져도 옛날 알렉산더의 원정길 못지않은 장거리를 돌아다녔죠. 하지만 촬영용 갑옷은 옛날보다 엄청 가벼워졌대요. 기술이 발전해서 고맙죠.”

파렐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을 쫓는 검사 워트워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배우. 2003년 개봉된 ‘폰부스’(조엘 슈마허 감독)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갇힌 채 저격위협을 받는 주인공 세퍼드 역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 올림피아 역 앤젤리나 졸리

냉혹한 캐릭터 표현
뱀과 함께 지내 끔찍

알렉산더의 어머니 올림피아 역을 맡은 앤젤리나 졸리(29)는 예상보다 차분하고 다소곳해보였다. 살짝 비치는 검은 티셔츠와 몸에 딱 붙는 청바지 차림의 그에게서는 ‘툼 레이더’ 등 예전 영화에서 보였던 활력보다는 한결 더 원숙함이 느껴졌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 ‘통로’ 역할밖에 못했겠죠. 권력의 맛을 아는 여인이 남편과의 갈등에 시달리다 보면 ‘올림피아’처럼 비정상적으로 자식에게 집착하게 되었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 올림피아는 항상 여러 마리의 뱀과 함께 지낸다. 역사서를 고증한 이 묘사는 냉혹함과 침착함을 사랑하는 올림피아의 성격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서웠죠. 사육사에게 ‘뱀을 잘 먹여 배고프지 않게 해 달라’고 거듭 주문할 정도였으니까요. 한번은 사육사가 ‘적응이 필요하다’며 제 머리 위에 뱀을 한 단지 가득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 이젠 뱀을 사랑하지는 않아도 ‘이해’는 해요.”(웃음)

영화감독 겸 배우인 빌리 밥 손튼과 지난해 이혼했고 현재 캄보디아 어린이 매덕스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 영화 ‘알렉산더’는

여러 정치 세력이 지중해와 오리엔트의 판도를 놓고 겨루던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군주인 필립에게 아들이 태어난다.

필립과 갈등을 겪는 왕비 올림피아는 자식에게 집착하며 “평온한 삶 대신 업적과 명예를 추구하라”고 설득한다. 갑작스러운 부왕의 피살로 왕위를 이어받게 되는 알렉산더는 정복의 야망과 이상을 실천에 옮기는데….

2억40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만430명의 군인 엑스트라들을 동원하고 해발 3000m 절벽 위에 요새 세트를 재현한 이 영화는 촬영기간만 3년이 소요됐다. 필립 역의 발 킬머, 알렉산더의 스승이자 동지인 톨레미 역의 앤서니 홉킨스 등 조연급 배역도 쟁쟁하다.

‘JFK’ ‘7월 4일생’ 등 사회성 짙은 영화를 만들어 온 올리버 스톤 감독 연출. 한국에서는 12월 말 개봉 예정.

로스앤젤레스=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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