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시인 “동양의 생명사상 학문으로 정립”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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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계보다는 환경운동 등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논의돼온 한국 생명운동의 논의를 서양의 생태학과 차별되는 ‘생명학’으로 정립해갈 계획입니다.”

1980년대 초부터 생명운동을 펼쳐온 김지하 시인(63·사진)은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생명사상을 ‘생명학’이란 보편 학문으로 정립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시인이 올해 창립한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은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12∼14일 경기 파주출판단지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한국의 생명담론과 실천운동’을 주제로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4’를 개최한다. 지난해 ‘21세기 문명의 전환과 생명문화’를 주제로 17개국 110여명이 참석한 1회 행사에 이은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의 전통 생명사상을 ‘생명학’이라는 독자 학문으로 정립할 수 있는지 모색하게 된다.

“생태학이나 환경학은 결국 오늘날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불러일으킨 서구문화의 산물이죠. 제가 주창하는 생명학은 생태학과 환경학을 품으면서 동시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 동아시아의 생명존중 사상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겁니다.”

포럼의 학술발표에서는 신라시대 학자인 최치원이 화랑도와 관련된 비석인 난랑비(鸞郞碑) 서문에 남긴 ‘중국에서 유불선(儒佛仙)이 들어오기 전 이 땅에 생명을 존중하는 고유한 풍류사상이 있었다’는 내용부터 ‘모심과 살림’을 강조한 동학의 생명평화사상까지 검토하면서 생명학의 위상 정립을 모색하게 된다.

이번 포럼에서는 학술토론 외에 생명의 모심과 살림의 총체적 표현양식으로서 굿과 마당극 등의 연희, 김영동의 국악공연 ‘생명의 소리’, 판화가 김봉준 등의 조각전, ‘임옥상 화백과 함께하는 생명평화 이상도시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쳐진다.

“한국이 생명학 정립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죠. 우선 남북을 통합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움직임에 맞서 한국의 문명사적 위상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죠. 중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계기로 ‘문화적 애국주의’로 무장하고 전통사상을 중화사상으로 통합해 현대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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