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발족, “우리는 자유주의로 가는 386”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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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81학번), 홍진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사회’의 정책실장(82학번) 등 이른바 486(40대에 접어든 386)들이 만드는 ‘자유주의 연대’(이하 자유연대)가 11월 말 발족한다. 60여명의 발기인들은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은 한국적 현실에 맞는 자유주의이고, 아직도 과거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정치권의 386들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 진출한 이른바 ‘집권 386’의 모습으로만 각인돼 온 386세대. 자유연대의 출현은 386세대 내부에서 ‘집권 386’과는 다른 이념적 스펙트럼의 분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들의 집단적 사회 발언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집권 386’의 이익집단화 비판

자유연대는 회칙에서 ‘전 한반도의 자유화와 평화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낡은 이념들과 투쟁한다’고 규정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낡은 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

자유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인 신 교수나 홍 실장도 과거 이 이념에 몰입해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견지하며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전향’했다. 홍 실장은 “96년 재야단체 소속으로 북측과 통일운동을 함께 할 때 그들이 우리를 소모품 정도로만 취급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우리가 남한 정부와 과격하게 충돌해 이슈를 만들기만 바랐다”고 회고한다. 자유연대 발기인들은 ‘집권 386’들이 여전히 80년대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일례로 근현대사나 과거사 청산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였다’는 인식이 여전히 짙게 배어 있고, 미국 상원이 채택한 북한인권법안을 반대하는 모습에선 친북주의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자유연대는 386이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측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KBS가 가을 개편에서 폐지된 ‘한국사회를 말한다’. KBS가 3대 개혁물로 손꼽은 이 프로그램의 폐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 회원(82학번)은 “80년대 정치 과잉의 폐쇄적 문화 속에서 성장한 386 리더들은 정권을 잡은 뒤 정부 운영과 관리에서 큰 약점을 보인다”며 “이들은 이미 이익집단화해 정치적 집단 이익만 추구한다”고 말했다.

●486의 화두는 자유주의

자유연대는 회칙 1조에서 “세계화, 자유화 등 새 시대의 요구에 맞는 사상이론을 정립하고…자유주의적 개혁을 일관되게 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 실장은 “경제적으로 작은 정부와 철저한 민간주도형 경제체제, 정치적으로는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지양, 문화적으로는 상생과 관용의 바탕인 다원주의의 보장이 자유주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기업 민영화, 법치주의 강화, 자유무역협정(FTA) 지지 등 개방적 경제체제가 이들이 지향하는 자유주의의 구체적 내용이며 특히 북한인권 개선 및 민주화 추구는 회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자유주의는 모든 종류의 특권 철폐와 만인의 기회 균등, 그리고 경쟁 결과에 승복하는 합리적 사회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또 성급한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통한 빈곤의 해소를 추구한다.

집권 386과 자유연대 사이에서 미래의 386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신 교수는 “그것은 말없는 다수의 386이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자유연대가 머지않아 이들 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을 형성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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