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다큐사진 50년 최민식씨 일민미술관서 개인전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24분


코멘트
다큐 사진작가 최민식씨가 찍은 ‘부산 1965’.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인간의 얼굴에서 희망을 외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다큐 사진작가 최민식씨가 찍은 ‘부산 1965’.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인간의 얼굴에서 희망을 외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올해 일흔여섯인 최민식(사진)씨는 평생 ‘가난’과 ‘소외’를 화두로 사진을 찍어 온 작가다. 제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꼽히는 그는 1957년 도쿄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한 후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가난하고 소외된 인간의 얼굴을 찍어 왔다고는 하지만, 그의 앵글에 잡힌 표정들은 찌들고 어둡고 외로운 모습이 아니라 밝고 활기차고 함께 희망을 외치는 모습들이다. 여기에 그의 사진이 갖고 있는 힘과 매력이 있다.

○ 얼굴-풍속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그의 지난 50년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이 6일∼11월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그의 사진작업 반세기를 회고하는 자리.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의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켜 얼굴과 풍속으로 보는 한국의 근현대사라 할 만한다.

다큐 사진작가 최민식씨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와 60년대의 우리네 생활상과 군부의 지배상, 1980년대 들어 민주화운동에서 드러난 강한 생명력의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풍요와 성장의 현재를 만든 그때 그 모습에서 우리가 지금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무엇인지 되새길 수 있는 전시다.

○ 고단한 군상, 그러나 다정한

전시에는 누더기차림의 노숙자들, 판자촌에 남겨진 어린아이들, 길모퉁이에서 아이를 업은 채 엎드려 곤히 자는 어머니 등 고단하고 남루한 군상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나 고무신을 신고 비닐우산을 파는 어린 소년, 환하게 웃는 소녀의 얼굴, 품에 안긴 아들을 다정스레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 등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화보보기 최민식 사진전˝사람만이 희망이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전시장에 펼쳐진 사진 속 주인공들은 언젠가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같다. 아버지 같고 어머니 같고 누이처럼 보이는 친숙한 얼굴들이다. 한때는 진저리치도록 달아나고 싶었던 사람들이지만, 지금 만나는 그들은 모두 오늘의 우리를 만든 역사로 되살아난다. 그리하여 문득, 현재의 삶과 우리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사진의 생명력은 논리 이전에 감동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삶이야말로 가장 진실에 닿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서민들의 삶이야 말로 진실한 삶”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의 작품에 시인 조은씨(44)가 간단한 시구를 붙인 포토에세이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224쪽·9500원·샘터)도 나왔다. 아직 한번도 최 작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조 시인은 책 서문에서 ‘우리는 가난에 낭만이나 환상을 가지지 않을 만큼 현실적이 되었고 고통을 화두로 삼지 않을 만큼 영악해졌지만,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삶을 불행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수정된다. 그의 사진은 인간의 불행이라는 악성바이러스를 꿋꿋이 이겨내게 하는 항체다’라고 밝혔다.

5일 오후 6시 일민미술관에서 전시 개막식과 출판기념회가 함께 열린다. 02-2020-205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