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녀는 예뻤다” 23일 개봉 ‘캣 우먼’의 탄생과 비극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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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몬스터 볼’로 흑인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 주연의 ‘캣 우먼’.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2002년 ‘몬스터 볼’로 흑인 여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 주연의 ‘캣 우먼’.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캣 우먼’은 할리우드 정서를 감안할 때 쉽게 탄생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여성, 게다가 흑인 배우는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게 오랜 고정관념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 외적인 사연을 한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캣 우먼의 탄생

기억을 더듬어보자. ‘배트 맨’ ‘슈퍼 맨’ ‘스파이더 맨’ 등 블록버스터의 ‘슈퍼 히어로’는 돌연변이든, 외계에서 왔든 모두 남성 캐릭터다.

성(性)의 장벽을 뛰어넘은 ‘슈퍼 우먼’의 등장은 TV에서 먼저 시작됐다. 추억의 외화로 기억되는 70년대 TV 시리즈 ‘원더 우먼’(린다 카터)과 ‘소머즈’(린제이 와그너)가 있었고, 스크린에서는 198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에일리언’(시고니 위버) ‘툼 레이더’(안젤리나 졸리) ‘킬 빌’ 시리즈(우마 서먼)…. 하지만 그들은 어김없이 하얀 피부의 여전사였다.

피부색과 성에 대한 할리우드의 공공연한 ‘캐스팅 룰’이 깨진 것은 핼리 베리(38) 때문이다. 2002년 ‘몬스터 볼’로 흑인 여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오스카 트로피의 위력과 매년 가장 섹시한 여성 순위 차트 상위에 오르는 그녀의 매력이 작용했다.

‘핼리 베리를 캐스팅한다면 1억 달러 이상을 써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내심 차별화된 여성 히어로로 슈퍼 시리즈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베리는 이번 작품으로 1400만 달러(약 160억원)의 개런티를 챙겼다.

● 캣 우먼의 비극

결론적으로 ‘캣 우먼’은 할리우드의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했다.

화장품 회사의 소심한 그래픽 디자이너 페이션스(핼리 베리). 곧 출시될 혁명적인 노화방지 화장품의 디자인을 맡은 그는 우연히 제품의 치명적 결함을 알게 된다. 이 회사의 오랜 모델이자 사주의 아내인 로렐(샤론 스톤)은 경호원들에게 페이션스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영화는 여성과 여성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고양이들의 신비한 힘으로 부활한 뒤 동물적 감각과 능력을 지닌 페이션스는 선하고 강한 욕망을 지닌 존재로, 로렐은 늙은 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복수와 젊음에 대한 욕구를 지닌 악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의 패착은 선과 악이 지닌 힘의 불균형이다. 슈퍼 파워의 캣 우먼에 비해 악이 너무 무기력하다. 로렐에게 주어진 것은 달랑 총 한 자루와 두 명의 경호원, 노화방지 화장품 의 부작용으로 감각이 사라져 아무리 맞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황당한’ 능력뿐이다. 강한 선과 허약한 악의 대결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나마 고양이의 동작을 본뜬 액션과 관능적인 베리의 모습이 볼거리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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