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하나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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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이어 ‘정부 수립 이전 한국사’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외교적 도발’을 했다. 역사 왜곡을 ‘학술문제’로 해결하자는 양국간 합의를 깨더니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꼼수까지 동원해 회피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감스러운 처사다. 광대한 영토와 14억 인구를 자랑하지만 그런 수준이라면 진정한 대국(大國)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의 행보는 수교 12년을 맞은 한중 관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작년 7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존의 협력동반관계를 기초로 미래를 지향해 전면적 협력 동반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 전면적 협력 동반관계인가. 중국 정부는 공동성명을 꺼내놓고 두 나라 정상의 합의를 복습하길 바란다. 정상들의 약속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나라는 외교와 역사를 논할 자격이 없다.

중국의 이중 잣대도 떳떳하지 못하다. 중국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일본 총리의 방문을 불허하는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남의 잘못은 엄히 다스리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외면하는 것이 중국의 역사관이란 말인가.

중국의 역사 왜곡이 계속되면 한국도 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중국이 관련된 특정 외교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신중하게 대응해 왔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했고,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문제, 중국의 인권문제 등에 대해 때로는 중국을 지지하고 때로는 침묵을 지켜 왔다.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견지한 것은 양국의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해서였다. 중국이 한국 정부의 선의를 역사 왜곡으로 갚는다면 한국민도 더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양해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시정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양국이 ‘역사 전쟁’에 돌입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중국이 갈등 해결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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