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공서열 파괴 人事’]“코드 다른 간부 견제用”

  • 입력 2004년 8월 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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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鄭淵珠) KBS 사장이 차장급 이상 상위직을 대폭 축소하고 각종 위원을 폐지하는 팀제 도입과 7개 지역방송국의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KBS 제도개혁’을 5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위직은 대폭 줄이되 이들의 반발을 감안해 임금은 종전 수준에 가깝게 보전하고, 직제 개편에 따른 인원감축도 없어 실질적인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단행한 팀장급 인사에서 노조활동 경력자를 우대하는 등 정 사장과의 ‘코드 맞추기’식 인사라는 잡음이 새나오고 있어 팀제 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효과 미미=KBS는 올해 안으로 16개 지역방송국 가운데 여수 남원 군산 공주 영월 태백 속초 등 7개 지역국을 폐지하거나 인접 방송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국 폐지나 통합에 따른 정원 감축은 없으며 7개국의 직원 185명은 인근의 총국과 지역국에서 모두 흡수하기로 했다.

KBS는 또 9일부터 팀제를 실시해 차장 부장 국장 등 1121개 상위 직위를 184개 팀장 직위로 대폭 축소한다. 또 이와는 별개로 운영되던 심의 해설 보도 제작 기술 경영위원 등 130명에 가까운 위원직을 폐지하고 위원들을 모두 팀장이나 팀원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간부급 직원들의 반발을 감안해 종전 직급수당의 절반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시간외수당 등을 별도로 지급해 종전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결국 간부급 ‘자리’는 줄었지만 고액 연봉자의 인원수와 임금은 그대로인 셈이다.

정 사장도 “강제 퇴출 구조가 없는 것은 공사로서 KBS의 한계”라고 인정했다.

▽‘코드 맞추기’ 인사 잡음=한 간부급 기자는 “정 사장은 팀제를 도입하며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장과 노선이 다른 중간 간부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간부급 직원도 “이번 팀장급 인사에서는 노조 PD협회 촬영협회 등 단체 활동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발탁 인사가 이뤄져 정 사장과 노조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사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이번 인사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하되 제도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조직의 안정성도 고려했다”고 반박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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