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미술의 외침… “지구촌에 평화를!”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31분


코멘트
설치작가 강익중씨의 ‘놀라운 세상’. 전 세계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이 담긴 가로 세로 3인치 크기의 드로잉 3264개를 쌓아올려 평화의 염원을 표현했다.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설치작가 강익중씨의 ‘놀라운 세상’. 전 세계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이 담긴 가로 세로 3인치 크기의 드로잉 3264개를 쌓아올려 평화의 염원을 표현했다.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전쟁과 테러가 지구촌의 현재진행형 공포로 등장한 요즘, 과연 미술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여전히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전쟁 발발의 위험이 높은 한국의 국립 현대미술관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열망하는 ‘평화’와 ‘구원’의 메시지를 세계를 향해 발신하는 국제전을 개최한다.

10월10일까지 열리는 ‘평화선언 2004 세계 100인 미술가’ 전(이하 ‘평화선언전’)은 국내 작가 52명과 유럽 미국 이란 일본 중국 등 18개국 작가 53명 등 모두 105인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 ‘평화’와 ‘반전’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뉴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200여점이 출품됐다.

작품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의미심장하지만,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국내외 거장들이 대거 작품을 출품해 현대미술 흐름 읽기에도 도움이 될 만한 전시다.

우선 외국 작가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 귄터 위커, 짐 다인, 지그마 폴케,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토니 타피에스, 얀 페이밍, 자크 모도리 등이 참가했다.

1960년대 프랑스 신구상 회화의 대표적 작가인 올리비에 올리비에가 출품한 ‘콘서트’. 지휘자와 단원들의 손만을 클로즈업해 희망과 조화의 화음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나타냈다.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안젤름 키퍼(독일)는 2차 세계대전 때 징집영장을 받은 할아버지를 해바라기 밭 사이에 숨겨준 소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대형 그림 ‘영리한 소녀들’을 내놓았고, 블라드미르 벨리코비치(세르비아)는 거꾸로 매달린 두 인물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잘려나간 머리를 통해 인간내면에 감추어진 폭력성과 야만성을 그려낸 ‘까마귀’를 선보인다. 60년대 프랑스 신 구상회화의 대표적 작가인 올리비에 올리비에가 출품한 ‘콘서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단원들의 손만을 클로즈업해 희망과 조화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 자크 모노리(프랑스)의 ‘독2’는 전쟁과 재앙이 휩쓸고 간 도시의 황폐한 모습을, 얀 페이밍(중국)은 무채색 유화 ‘투명인간’으로 전쟁의 상처와 기억을, 하마다 시메이(일본)는 나무 막대에 매달려 있는 참수된 머리를 표현한 판화시리즈를 통해 전쟁의 끔찍한 체험을 복원했다.

국내 작가로는 김창렬 이우환 김종학 강익중 강요배 권순철 김차섭 김정헌 박충흠 방혜자 서용선 성능경 신학철 신현중 윤석남 육근병 이두식 임옥상씨 등이 참여했다.

3인치짜리 회화들을 쌓아올리는 설치작품을 선보여 온 강익중씨는 이번 전시에도 전 세계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이 담긴 드로잉(가로 세로 각 3인치) 3264개를 쌓아 만든 ‘놀라운 세상’을 내 놓았다. 윤석남씨는 설치작품 ‘피 흘리는 집’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시인 김혜순씨의 시구(詩句)가 쓰인 벽을 등지고 한복 입은 어머니가 피 흘리는 아들을 품에 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해 폭력에 반대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원로 미술평론가 알랭 주프로아와 공동으로 전시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는 내용의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와 전시의 의의를 더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독일 소설가 귄터 그라스와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평화에 대해 쓴 글도 곧 발간될 전시회 도록에 실릴 예정이다. 02-2188-600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