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체험여행]“뭘 만들까”… 강화도 짚공예

  • 입력 2004년 6월 24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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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내가면 외포1리에 가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짚신 등 짚공예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 내가면 외포1리에 가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짚신 등 짚공예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에 가면 요즘도 옛날 농촌에서 사용하던 지푸라기 용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내가면 외포1리에서는 사라져가는 짚공예품을 마을 노인들과 함께 만들어 보면서 애달프면서도 푸근한 농촌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참가자가 만든 공예품은 가져갈 수 있고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강화도 관광을 겸한 1박2일 체험도 가능하다.》

○ 소쿠리… 망태기… “뭘 만들까”

강화도에 속한 섬, 석모도 가는 길목에 위치한 외포리.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긴 하지만 한가한 농촌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주말이 되면 시원한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외포리 마을 쉼터에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짚공예품을 만든다.

이 짚공예 체험의 장은 농촌생활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옛것을 일깨워주는 취지에서 1999년 시작한 것이 요즘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주말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노인들이 체험장(마을회관이나 쉼터)에 항상 나와 있다. 5명 이상일 경우 평일에도 미리 연락을 하고 오면 노인들이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어 오는 즉시 체험할 수 있다. 1인당 5000원.

짚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짚신, 물건을 담아두는 소쿠리, 전구에 씌우는 갓등, 농산물을 널어 말리는 멍석을 비롯해 애완견용 강아지집, 화분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루받침, 여행용 가방으로도 손색없는 망태기, 휴대전화 고리로 사용할 수 있는 미니짚신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이 중 짚신이 비교적 만들기도 쉽고 활용도가 높아 가장 인기가 높다. 볏짚은 추수 후 말릴 때 햇볕을 받아 잘 마른 것은 푸르스름한 빛깔을 내지만 비를 맞아 제대로 마르지 못한 것은 거무튀튀한 색이 난다.

관광객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보문사행 배를 따라 바다를 건너는 갈매기 떼.(맨위) 초미니 짚신으로 만든 깜찍한 휴대전화줄(왼쪽).발가락 사이에 노끈을 걸고 짚신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의 손

○ 즉석에서 만드는 내 짚신

짚신을 만드는 첫 작업은 볏짚에 물을 살짝 적셔 새끼줄 꼬기. 거친 볏짚을 꼬다 보면 손바닥에 지압효과를 주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새끼손가락 굵기로 새끼줄을 꼬아 씨줄 날줄 엮는데 초보자는 한 켤레 만드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 손수 짚신을 만들어 신고서는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완성된 짚신을 신어 보니 무척 가볍고 바닥도 푹신푹신하다. 짚이 거칠어 발바닥이 까칠거릴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매끄러운 느낌이다. 짚신은 신은 후 다소 늘어나므로 처음엔 약간 작은 듯하게 만들고, 신으면서 발에 맞춘다. 짚신은 맨발로 신어도 땀이 차지 않아 무좀이 생길 염려도 없고 발 냄새도 안나 여름 실내용 슬리퍼로 신으면 좋을 듯.

짚신을 만들면서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입담을 듣는 것도 재미있다. 가족끼리 밤마다 모여 앉아 자신의 신발을 만들던 일(예전에는 하루에 한 켤레씩 만들어 신었다고 한다), 어릴 적 추운 겨울날 곱게 만든 짚신을 신고 학교에 갔다 도둑맞아 맨발로 울면서 집에 돌아왔던 일…짚신에 얽힌 사연도 많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짚공예품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시골집에 놀러가 평온하게 쉬는 듯한 기분이 된다.

글=최미선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짚공예 체험이 끝나면 석모도를 둘러보자. 일몰이 아름답고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석모도는 영화 ‘시월애’와 ‘취화선’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외포리 마을에서 1km 정도 가면 외포리 선착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석모도까지는 배로 5분 거리.

석모도행 카페리는 평일에도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해 언제든지 손쉽게 오갈 수 있다. 카페리에 타면 주변 갈매기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기다리며 석모도까지 내내 따라온다. 특히 과자를 든 사람을 알아보곤 코앞까지 날아드는 모습이 재미있다.

석모도에 들어서 서쪽으로 향하면 서해의 3대 일몰조망지로 손꼽히는 민머루 해수욕장. 해수욕장의 물이 빠져 나가면 개펄이 드러나는데 이때 조개와 게 등을 잡을 수 있고 부드러운 개흙으로 머드팩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있는 천일염전에서는 소금의 생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해수욕장 양옆으로는 어류정항과 장구너머포구가 있어 어촌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삼산면 낙가산 자락에는 보문사가 들어서 있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극락보전 오른편으로 나 있는 400여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눈썹바위 밑 가파른 절벽에 높이 6.9m의 마애관음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이는 민머루 해수욕장의 낙조, 새벽 동틀 무렵에 듣는 절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함께 강화 8경에 드는 명승지로 꼽힌다.

석모도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어서 차를 가지고 가도 좋지만 섬을 둘러보는 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되고 있어 승용차가 없더라도 불편하지 않다.

▼오늘 하루 떠나볼까▼

1.강화도 외포1리 마을 도착(짚공예 노인회장 011-296-6591)→짚공예(체험비 1인당 5000원)

2.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행 배 탑승(운전자 포함 승용차 왕복 1만4000원, 어른 왕복 1200원, 어린이 왕복 600원)→보문사 탐방(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3.민머루 해수욕장에서 낙조 감상→귀가

4.1박2일의 여유가 있다면 시골민박(10인까지 5만원)에 묵거나 구수한 시골 가정식백반(1인당 5000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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