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 교수 “전사자 유해발굴 정부차원서 나서야”

  • 입력 2004년 6월 9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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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의 전사자 유해를 4년째 발굴 중인 충북대 박선주 교수는 “미국처럼 우리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위한 국가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주=장기우기자
6·25전쟁 때의 전사자 유해를 4년째 발굴 중인 충북대 박선주 교수는 “미국처럼 우리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위한 국가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청주=장기우기자
“진작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해 전사자들과 유가족들의 한(恨)을 풀어줬어야 했습니다.”

육군유해발굴사업의 책임조사원인 충북대 박선주(朴善周·57·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구실을 떠나 조교, 대학원생들과 함께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야산과 고지를 찾아 헤맨다.

국방부가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00년 시작한 이 사업에 군의 부탁을 받고 참여한 지 벌써 4년째다. 2000년 4월 3일 경북 영천시 신령면을 시작으로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경주시 안강읍, 군위군, 강원 화천군 등 40여곳에서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해까지 935구의 유해를 찾아냈으며 올해도 50여구를 발굴했다.

“처음에 흔쾌히 응했지만 군 계획서를 보니 발굴한다는 의지만 빼놓고는 준비된 게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박 교수는 유해발굴은 문화재 발굴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굴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해부학 박사, DNA 분석학자, 한국사 및 군사학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발굴단을 만들어 유해발굴을 시작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소재가 된 다부리 지역 발굴은 물론 최근 사진이 발견돼 유가족을 찾은 나영옥 상병 유해발굴 현장도 박 교수가 지휘했다.

박 교수는 “군의 유해발굴사업이 전문가 양성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철저한 조사 없이 서둘러 언론에 발표하는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군이 한시적 기구였던 발굴단을 정식 사업부서로 만들고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장병들을 발굴단에 포함시켰으며 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박 교수는 “미국은 남북전쟁 때 만들어진 육군중앙신원확인소가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찾고 있다”며 “우리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국가기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군이 파악하고 있는 6·25전쟁 때의 전사자 및 실종자 수는 10만3000여명에 이른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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