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유해발굴사업의 책임조사원인 충북대 박선주(朴善周·57·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구실을 떠나 조교, 대학원생들과 함께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야산과 고지를 찾아 헤맨다.
국방부가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00년 시작한 이 사업에 군의 부탁을 받고 참여한 지 벌써 4년째다. 2000년 4월 3일 경북 영천시 신령면을 시작으로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경주시 안강읍, 군위군, 강원 화천군 등 40여곳에서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해까지 935구의 유해를 찾아냈으며 올해도 50여구를 발굴했다.
“처음에 흔쾌히 응했지만 군 계획서를 보니 발굴한다는 의지만 빼놓고는 준비된 게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박 교수는 유해발굴은 문화재 발굴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굴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해부학 박사, DNA 분석학자, 한국사 및 군사학 전공자 등으로 구성된 발굴단을 만들어 유해발굴을 시작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소재가 된 다부리 지역 발굴은 물론 최근 사진이 발견돼 유가족을 찾은 나영옥 상병 유해발굴 현장도 박 교수가 지휘했다.
박 교수는 “군의 유해발굴사업이 전문가 양성을 통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철저한 조사 없이 서둘러 언론에 발표하는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군이 한시적 기구였던 발굴단을 정식 사업부서로 만들고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장병들을 발굴단에 포함시켰으며 이들을 교육하기 시작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박 교수는 “미국은 남북전쟁 때 만들어진 육군중앙신원확인소가 전 세계를 찾아다니며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찾고 있다”며 “우리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국가기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군이 파악하고 있는 6·25전쟁 때의 전사자 및 실종자 수는 10만3000여명에 이른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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