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사 이야기 ‘빼앗긴 들에 부는 근대화 바람’

  • 입력 2004년 5월 14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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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 부는 근대화 바람/이이화 지음/334쪽 1만원 한길사

1994년부터 10년에 걸쳐 전 22권으로 집필된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의 대단원. 1910년 한일병합 때부터 광복 때까지 일제강점기를 다룬 3부작의 마지막 편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본격적으로 들어온 서구 문화가 우리 생활사를 어떻게 바꾸었나를 다뤘기 때문에 특히 이 시리즈가 강조해 온 민중생활사 중심의 역사서술이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의 성격에 관해서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최근까지 학계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민중사학자이면서도 식민지 수탈론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양자를 절충한다.

일례로 대한제국 시절부터 1925년까지 2000만명 이하였던 조선의 인구가 30여년 만에 3000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자는 먼저 식량증산과 관련해 쌀의 유출과 높아진 소작료, 그리고 1930년대 말 식량공출과 배급실시로 역사상 가장 심각한 식량난이 초래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종두의 실시, 전염병 예방 같은 근대적 의료체계 도입과 조혼으로 여성의 임신가능 기간이 늘어남으로써 이는 보완됐다는 것.

철도가 근대적 시간개념과 신분평등을 구현했고, 백화점이 소비자로서의 자의식을 심어줬다면 지주와 마름, 소작농으로 분화된 소작제도와 하루 15시간씩 중노동을 요구한 일용노동제는 계급의식의 맹아를 형성했다. 이처럼 이 책은 식민시대가 끼친 미시사적 명암을 함께 담아냄으로써 당대를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해내고 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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