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푸드]마이 웰빙/조은정 식공간연구소 대표

  • 입력 2004년 4월 22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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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인테리어가 잘 된 곳에서 예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면 음식이 더 맛있다고 느낀다. 조은정(52) 식공간연구소 대표에 따르면 맛의 87%는 시각에 의해 결정된다. 혀를 통해 느끼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내 푸드코디네이터의 선구자격인 조 대표는 그래서 아름다운 식탁을 만드는 것이 잘 먹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푸드코디네이션을 공부한 뒤 20년이 넘게 아름다운 식탁 꾸미기를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조 대표는 음식과, 그것이 차지하는 공간의 엄중함을 강조한다. 그는 “밥 먹는 것은 일종의 의식(儀式)”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태양과 땅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있는데 하찮게 여길 수 있나요.”

그러고 보니 그가 내 온 차와 과일그릇 한 편에 보라색 꽃이 놓여 있다. 가벼운 차 한 잔을 내더라도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는 그의 배려가 엿보인다.

그에게 식탁은 단순한 작업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정에서 식탁은 공동체의 상징이자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가족이 한데 모이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식탁이야 말로 가족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식탁은 가족들을 모이게 하는 가장 훌륭한 유인책이고, 그래서 식탁은 충분히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조은정씨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테이블 세팅이 가장 보기 좋다고 말한다. 테이블도 사람이 있어야 아름답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테이블 세팅을 살피는 조씨.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테이블 세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조 대표는 “인간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는 한때 식탁에 놓은 꽃을 번거롭다고 하는 시아버지에게 “관습에 사로잡혀 있다”며 불만을 갖기도 했다.

“처음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이 없는 식탁은 공허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자꾸 꽃이나 장식물로 그 공백을 채우려고 열중했어요. 결국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최고이지요.” 그가 나이를 먹어 알게 된 평범한 진리다.

‘테이블의 예술가’답게 그는 색깔로 식단의 영양 균형을 챙긴다. 한 식단에 여러 가지 색깔의 음식을 안배하는 방식이다. 검정(칼슘이 많은 김 미역 다시마와 단백질이 많은 콩) 빨강(비타민A가 많은 당근) 초록(비타민 C가 많은 야채) 하양(탄수화물이 든 밥) 등의 방식으로 음식을 고르면 영양소 역시 골고루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탁은 웰빙의 한 요소가 아니라 핵심입니다. 구성원의 건강과 화목, 사랑을 좌우하는 공간이니까요.”

뒤늦게 학업을 시작해 현재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테이블 세팅에서 그릇의 비중이 특히 높은 한식 상차림 방법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조 대표의 간단 테이블 세팅▼

▽계절별로 그릇을 바꾸라

매일 같은 그릇을 쓰면 음식이 바뀌더라도 상차림이 지루해진다. 연간 그릇 사용 계획을 짜 놓은 뒤 계절별로 분위기에 맞는 그릇을 바꿔 사용하라.

▽기념일에는 특별한 소품을

가족의 생일이나 기념일용 그릇은 따로 두었다가 해당 일에만 쓴다. 가족의 이름을 수놓은 냅킨이나 때에 맞는 꽃을 함께 내면 소중한 추억이 된다.

▽화초를 활용하라

식탁을 차릴 때 그릇 한 편에 작은 꽃이나 잎사귀를 얹어 내면 한결 산뜻하다. 아이비 같은 화초를 키우면 관상용으로도 좋고 테이블 세팅에도 사용하기 좋다.

▽개인 접시를 놓자

개인 접시에 음식을 덜어 먹도록 하면 설거지 그릇도 줄고, 남은 음식 처리도 쉽다. 가족들의 식사량을 파악하거나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는지 살피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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