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의 그림 읽기'…어떻게 해야 이미지를 읽을까

  • 입력 2004년 2월 27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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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 읽기/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미경 옮김447쪽 1만8000원 세종서적

19세기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작품에 어떤 삽화나 그림도 곁들이지 못하게 했다. 삽화가 독자의 상상력과 이해력을 차단해 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화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실명한 뒤 그의 ‘책 읽어주는 소년’ 노릇을 했던 저자 역시 문자나 언어의 세계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지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에 반대한다. ‘그림도 말처럼 인간의 실존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문제는 말처럼 일관된 체계를 갖고 있지 않은 이미지를 과연 해독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물론 저자는 책을 읽듯이 그림도 해독할 수 있다며 자기 나름의 독법(讀法)을 제시한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만든 논쟁적인 20세기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 파블로 피카소 등 익숙한 이름들과 더불어 20세기 추상표현주의 화가 조앤 미첼, 괴물 같은 초상화를 그린 16세기 화가 라비니아 폰타나, 18세기 브라질 조각가 알레이자디뉴 등이 그의 ‘독해 대상’이다.

개별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 외에 “그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언어의 범위와 한계에 의해 지배된다” “예술작품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의 역할을 하려면 관찰자들에게 타협과 대면의 기회, 적어도 대화를 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등 저자 자신의 예술관을 동서고금의 백과사전적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다. 한 권짜리 책이지만 수록된 인문학적 정보량은 몇 권치에 해당한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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