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트페어 '아르코' 참관기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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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3회째를 맞는 스페인 미술박람회 ‘아르코’에 작품을 낸 한국 작가들이 호평을 받았다. 한지를 이용한 함섭씨의 작품을 한 관람객이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마드리드=허문명기자
올해 23회째를 맞는 스페인 미술박람회 ‘아르코’에 작품을 낸 한국 작가들이 호평을 받았다. 한지를 이용한 함섭씨의 작품을 한 관람객이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마드리드=허문명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공항 방면으로 30여분 차를 타고 가면 한국의 코엑스 같은 대형 전시관(캄포 데 라스 나시오네스·Campo de las naciones)이 나온다. 이 곳에서는 매년 컴퓨터박람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들이 열리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인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는 행사가 바로 미술박람회인 ‘아르코(Arco·Feria Internacional de Arte Contemporaneo)’다. 올해 23회째인 이 행사에는 입장료가 20유로(약 3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행사기간 중인 12∼16일 20여만 명이 다녀갔다.》

이번 행사에는 주최국인 스페인의 화랑 92곳을 비롯, 미국 유럽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총 275개 화랑들이 참가해 규모면에서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 독일 쾰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스페인이 배출한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볼테로, 모란디, 백남준 등 현대미술을 이끄는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타 국제 아트페어가 순수 민간행사인 데 반해 아르코는 정부와 기업이 적극 지원하는 행사라는 점이 특징. 명예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스페인 국왕 후앙 카를로스 1세는 11일 저녁 개막 연설에서 “아르코 아트페어는 단지 미술품을 팔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과거와 현대미술의 공존을 보여주는 ‘쇼’”라고 말했다.

약 500여 평의 전시장에는 회화 조각 등 전통 장르를 포함, 사진 설치 비디오 뉴미디어 판화 등 현대미술 전 분야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가들의 상상력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전시작들의 80%가 회화나 사진에 집중되어 한때 설치나 영상이 주도했던 현대미술의 경향이 미술 본연의 장르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르코’ 행사가 열린 박람회장은 휴식공간을 설치작품처럼 배치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페르난드 타피에스 집행위원장은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보니 당대 대중미술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 준다”며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미술품들도 2만∼4만 유로(한화 280만원∼560만원)짜리 회화나 사진작품들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한국화랑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박영덕 화랑’ 부스는 연일 현지 관객들로 붐볐다. 한국화가 함섭, 지석철, 정현숙, 심수구, 이상효, 김윤, 윤정희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 중 캔버스에 풀 먹인 닥종이를 던져 도리깨로 때린 함섭씨의 작품 5점과 나무판에 싸리나무를 촘촘히 박아 자연의 서정을 담은 심수구씨의 작품 4점은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지석철 2점, 이상효 1점, 김윤 2점 등 총 14점이 팔렸다.

이 화랑의 박영덕 사장은 “전통 미술의 역사가 오랜 나라인 만큼 깊이와 은은함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동양적 정서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덕 화랑은 현지 최고 일간지 ‘ABC’ 12일자 문화섹션에 ‘아시아의 진수’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마드리드=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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