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스페인 아르코 미술박람회 현지 취재

  • 입력 2004년 2월 17일 15시 41분


코멘트
스페인 마드리드 도심에서 공항 쪽으로 30여분 차를 타고 가면 한국의 코엑스 같은 대형 전시관(캄포 데 라스 나시오네스·Campo de las naciones)이 나온다.

이 곳에서는 매년 컴퓨터박람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들이 열리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인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행사가 바로 미술박람회인 '아르코(Arco·Feria Internacional de Arte Contemporaneo)'다.

올해 23회째인 이 행사에는 입장료가 20유로(약 3만원)임에도 행사기간인 12~16일 20여만 명이 다녀갔다.

이번 행사에는 주최국인 스페인의 화랑 92곳을 비롯, 미국 유럽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총 275개 화랑들이 참가해 규모면에서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 독일 쾰른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스페인이 배출한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볼테로, 모란디, 백남준 등 현대미술을 이끄는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타 국제 아트페어가 순수 민간행사인 데 반해 아르코는 정부와 기업이 적극 지원하는 행사라는 점이 특징. 명예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스페인 국왕 후앙 카를로스 1세는 11일 저녁 개막 연설에서 "아르코 아트페어는 단지 미술품을 팔기 위한 시장이 아니라 과거와 현대미술의 공존을 보여주는 '쇼'"라고 말했다.

500여 평의 전시장에는 회화 조각 등 전통 장르를 포함, 사진 설치 비디오 뉴미디어 판화 등 현대미술 전 분야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가들의 상상력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전시작들의 80%가 회화나 사진에 집중되어 한때 설치나 영상이 주도했던 현대미술의 경향이 미술 본연의 장르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페르난드 타피에스 집행위원장은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보니 당대 대중미술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 준다"며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미술품들도 2만~4만 유로(한화 280만원~560만원)짜리 회화나 사진작품들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 한국화랑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박영덕 화랑' 부스는 연일 현지 관객들로 붐볐다. 한국화가 함섭, 지석철, 정현숙, 심수구, 이상효, 김윤, 윤정희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 중 캔버스에 풀 먹인 닥종이를 던져 도리깨로 때린 함섭씨의 작품 5점과 나무판에 싸리나무를 촘촘히 박아 자연의 서정을 담은 심수구씨의 작품 4점은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지석철 2점, 이상효 1점, 김윤 1점 등 총 14점이 팔렸다.

이 화랑의 박영덕 사장은 "전통 미술의 역사가 오랜 나라인 만큼 깊이와 은은함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동양적 정서와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덕 화랑은 현지 최고 일간지 'ABC' 12일자 문화섹션에 '아시아의 진수'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마드리드=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