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워서 더 가득한, 40여년 墨香…홍석창 문인화展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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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창 ‘그리움’. 화선지에 수묵담채, 20x69cm, 2003 사진제공 노화랑
홍석창 ‘그리움’. 화선지에 수묵담채, 20x69cm, 2003 사진제공 노화랑
길게 누워 있는 한 떨기 장미꽃. 붉은 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폭발적이면서도 농축, 절제된 화면에는 미래 지향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 제목은 뜻밖에도 ‘그리움’이다. 다시 그림을 보니 이번에는 봉오리를 활짝 피워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풋풋하면서도 수줍은 젊음이 느껴진다.

한국화가 홍석창씨(64·홍익대 교수)의 그림들이 전시된 전시장을 돌다보니, 잡다한 세속으로부터 벗어나 고요한 산사(山寺)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그의 그림들은 소나무, 해바라기, 연꽃, 대나무, 장미, 국화, 난초, 조롱박, 매화, 포도, 복숭아 등을 소재로 한 문인화다. 변화와 분주함의 에너지로 가득한 이 도시의 한복판에서 문인화라니….

너무 익숙한 사물들 앞에서 새삼 느끼는 이 마음의 평안은 문득 낯익은 것들에 대한 새로운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문인화는 능숙한 기량, 넓은 교양과 깊은 사색 등 성찰을 바탕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홍석창씨는 여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40여 년 간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인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술평론가 임두빈씨는 “그의 그림들은 시간의 다리를 넘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순진할 정도로 소박한 형태와 선의 움직임으로 내면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듯하다”고 평했다.

먹의 흑백 대비를 통해 조형적 완결미를 이루면서도 강렬한 채색을 더해 그의 표현 역량이 얼마나 폭넓은 지 보여준다. 물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수묵 위주의 맑고 우아한 정취가 흐른다.이번에 나오는 ‘청(淸)’ ‘빛’ ‘심한(心閑)’ ‘취홍(醉紅)’ ‘청향(淸香)’ ‘유향(幽香)’ 등의 그림에선 조용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10∼2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 02-732-355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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