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첫 세계기전 결승… ‘이창호 벽’ 확실히 넘을것”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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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석 7단은 중요한 대국에서도 신수(新手)나 새로운 포진을 쓰는 등 실험적인 바둑을 즐겨 둔다. 서정보기자
목진석 7단은 중요한 대국에서도 신수(新手)나 새로운 포진을 쓰는 등 실험적인 바둑을 즐겨 둔다. 서정보기자
바둑계에선 1994년 등장한 목진석 7단(24)이 1986년 이창호 9단(29)이 일으킨 신예 기사의 바람을 본격화한 것으로 본다. 목 7단의 등장 이후 10대와 20대 초반의 신예 기사들이 바둑계를 휘젓게 됐다는 것.

그 신예 바람의 선두인 목 7단이 최근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올랐다. 그의 세계대회 결승 진출은 ‘TV 아시아 바둑선수권대회’에 이어 두 번째지만 그 대회는 속기 바둑이어서 ‘진짜 승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한승 7단과의 4강전 때 부담이 컸어요.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짓눌렸는지 대국 중반 무렵 엉뚱한 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그는 20대 중반이지만 바둑계에선 이미 ‘중견’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10대 기사들이 대거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둑계에서 ‘포스트 이창호’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2000년 ‘KBS 바둑왕전’에선 이 9단을 누르고 우승해 그런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세살 아래인 이세돌 9단이 지난해 이창호 9단을 누르며 쌍벽을 이루자 목 7단에 대한 평가는 빛이 바랬다. 10대 기사들과의 대국에서 목 7단의 승률도 낮아졌다.

“2002년 기성전 때 이창호 9단에게 2 대 3으로 패한 뒤 슬럼프에 빠졌어요. 최종국도 필승의 형세를 만들었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당했지요. 그 장면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더군요.”

2002년 그의 성적은 40승 25패(61.5%)로 94년 입단 이후 최악. 지난해 38승 12패(76%)로 나아졌지만 인상적인 기록은 보여주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부진 이유에 대해 연중 계속되는 중국 리그 참여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3년 연속 중국 갑조 리그의 충칭(重慶)팀에서 활약하며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목 7단의 중국 리그 성적은 12승 1패.

목 7단은 다양한 기풍을 시도하다가 최근 전투형으로 전환했다. 프로 입단 전후 기풍이 전투형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옷’이 가장 잘 맞다는 것이다.

“이번 LG배에선 5국까지 갔으면 합니다. 이창호 9단과 5번 승부를 벌이는 것도 드문 기회니까요.”

그러나 그의 가슴속엔 ‘이번에야말로’라는 승부사의 야망이 가득할 듯하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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