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to안데스]옐로스톤~솔트레이크~브라이스 캐니언

  • 입력 2004년 1월 29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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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개의 바늘을 꽂아 놓은 듯한 브라이스 캐니언. 비와 바람, 물과 공기는 수억년의 세월을 지나며 이 같은 장관을 조각했다. 황량한 암석 지역이지만 계곡 바닥에는 향나무의 일종인 유타주피터 군락이 형성돼 생명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사진제공 함길수씨
수만개의 바늘을 꽂아 놓은 듯한 브라이스 캐니언. 비와 바람, 물과 공기는 수억년의 세월을 지나며 이 같은 장관을 조각했다. 황량한 암석 지역이지만 계곡 바닥에는 향나무의 일종인 유타주피터 군락이 형성돼 생명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사진제공 함길수씨

《다시 한번 국경을 넘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캐나디안 로키를 넘어 미국 중서부의 로키를 만나기 위해 미국 본토로 입성하는 것이다. 캐나다 통관은 쉽게 풀렸지만 미국 국경 통관은 테러 위협 때문에 치밀하고 까다롭게 진행됐다. 아이다호주의 옐로스톤 북쪽 끝 그레이트 폴스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오전 2시.아침 일찍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 대자연의 경이 옐로스톤

세계 최초이자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은 적막과 신비 속에서 겨울의 진기한 풍경을 드러냈다.

미 북서부 지방은 로키산맥에 의해 동서로 나뉘면서 광활한 대평원과 아름다운 산세가 펼쳐진다. 탐험대는 옐로스톤 북쪽을 통해 매머드 핫 스프링스로 진입했다. 한겨울에도 증기처럼 하얀 연기를 내뿜는 온천 속에 각종 광물질과 신비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겨울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아메리카 들소 버펄로와 고라니, 사슴, 산양이 보였다. 미국 국립공원 중 한곳을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이곳을 꼽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공존하는 야생 동물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옐로스톤 남쪽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심한 폭설 때문에 남쪽과 서쪽 진입구가 폐쇄돼 있었다. 다시 기수를 옐로스톤 북쪽으로 돌려 리빙스턴과 부트를 거쳐 아이다호로 향하는 15번 하이웨이로 올랐다.

옐로스톤은 북부 몬태나주와 와이오밍, 아이다호주의 삼각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 탐험대는 아이다호 폭포를 거쳐 또다시 길을 떠났다. 세계 최대의 염호 솔트레이크와 수억년 동안 물과 공기, 비와 바람이 빚어낸 캐니언 랜드의 장엄한 경이 속으로 남하를 시작했다.

아이다호의 포카텔로라는 작은 도시를 출발, 유타의 주도 솔트레이크 시티를 지나며 미국 최대의 소금 정련회사인 몰턴 솔트를 찾아 소금 정련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미국 소금 소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 첨탑 궁전 브라이스 캐니언

곧이어 찾은 곳이 유타 최고의 대자연, 화려한 첨탑 궁전으로 표현되는 브라이스 캐니언.

인근 자이언 캐니언이 남성적인 데 비해 브라이스 캐니언은 여성적이며 섬세하다.

공원 입구에서 선라이즈 포인트와 브라이스 포인트를 먼저 만나보고 선셋 포인트에 위치한 나바호 루프 트레일 탐험에 나섰다. 장대한 세쿼이아 나무와 황금 계곡이 만들어낸 신기한 첨탑과 계곡 속 별천지를 만나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만개를 헤아리는 기기묘묘한 첨탑 하나하나는 수억년 세월의 비와 바람, 물과 공기가 깎아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바다 밑 토사가 쌓여 형성된 암석이 지상에 우뚝 솟은 후 빗줄기와 강물에 의해 본래의 토사는 씻겨내려가고 비교적 단단한 암석만 남아 지금의 첨탑군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 한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유래는 1874년 이 계곡 바로 아래에 모르몬교 신자들이 이주, 마을을 형성하게 되면서부터. 명칭도 이 마을에 사는 한 목수의 성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계곡을 향하여 내려갈수록 경사가 심해지고 첨탑 사이의 간격도 비좁아지면서 환하던 세계는 어둠으로 바뀌고 세월의 풍화로 빚어진 암석의 풍상을 읽을 수 있다.

1시간여를 내려왔지만 공원 계곡 아래는 아직도 해발 2000m나 된다. 계곡 사이로 향나무의 일종인 시더나무 몇 그루가 진분홍의 대지와 강한 대조를 이루며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이토록 험한 지형에서 수억년 동안 흘러 내려간 물과 바람이 브라이스 캐니언의 신비로움을 탄생시켰고 그 계곡 바닥에서 또다시 생명을 움트게 해 향나무의 일종인 유타주피터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함길수 여행칼럼니스트 ham9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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