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땡땡이의 모험'…60개국 3억부이상 팔린 교양 만화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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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과 그의 충견인 '밀루'는 70여년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왼쪽은 시리즈 중 '유니콘호의 비밀'(1946).오른쪽은 '검은 섬'(1956)의 표지그림. 사진제공 솔출판사
'땡땡'과 그의 충견인 '밀루'는 70여년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왼쪽은 시리즈 중 '유니콘호의 비밀'(1946).오른쪽은 '검은 섬'(1956)의 표지그림. 사진제공 솔출판사
◇땡땡의 모험 1∼24/에르제 지음 류지현 이영목 옮김/ 62쪽 각권 8500원 솔출판사

“내 일생의 유일한 라이벌은 ‘땡땡’이다.”(프랑스 드골 대통령)

“‘땡땡의 모험’은 디즈니 만화보다 내 작품 세계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앤디 워홀)

만화 ‘땡땡의 모험’에 대해 유명 인사들이 보낸 찬사는 끝이 없다. ‘땡땡의 모험’은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1907∼1983)가 1929년 어린이 잡지 ‘르 프티 벵티엠’에 연재하기 시작한 뒤 세계 만화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1930년 ‘소비에트로 간 땡땡’부터 1976년 ‘땡땡과 카니발 작전’까지 벨기에 출판사 카스테르만에서 24권으로 발간된 ‘땡땡의 모험’은 50개 언어로 60개국에서 3억부 이상 팔렸다. 국내에선 최근 24권이 모두 완간됐다.

키 140cm의 어린이 ‘땡땡’은 ‘007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킨다. 닭벼슬처럼 올린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땡땡’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악당을 물리치는 정의의 용사. 그는 제임스 본드처럼 대담한 행동과 기지로 곤란한 상황을 척척 해결해 간다. 건장한 어른 악당 셋 정도는 식은 죽 먹기로 해치우고 굳게 닫힌 방문 열쇠도 철사줄 하나만 있으면 금방 열 수 있다.

그의 모험영역은 콩고 티베트 등 당시로서는 서구인들에게 미지의 땅이었던 지역과 사막 해저 극지방은 물론 달나라 등 우주 공간까지 뻗어 있었다. 요즘엔 당연한 것이지만 20세기 초중반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과학기술도 선보인다.

‘달나라로 간 땡땡’은 루이 암스트롱이 1969년 달에 발을 딛기 15년 전의 작품. 옛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첫 인공위성을 타고 지구를 돈 지 얼마 안 된 시절 ‘땡땡의 모험’에선 정확한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으로 달 착륙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또 자동차 모터사이클 비행기 로켓 롤러스케이트 등의 묘사는 현대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예를 들어 ‘시드니행 714편’(1968)에 나오는 날개를 마음대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초현대식 비행기는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만화를 읽어 가며 세계사에 대한 이해도 깊게 할 수 있다. 일본이 중국 침략을 위해 남만주 기차선로를 폭파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푸른 연꽃’(1946)에서는 당시 중국 현실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에르제의 과학과 세계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작품 전편에 흐르는 유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독자들이 ‘땡땡’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

초기작에서 ‘서구 유럽이 동양과 아프리카를 개화시켰는데도 은혜를 모른다’는 식의 제국주의적 시각이 보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티베트로 간 땡땡’(1960)에서 중국인 친구 창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무릅쓰는 것을 보면 시대적 한계일 뿐 고의적 편견은 아니었다고 분석된다.

국내에선 1980년대 중반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소개된 적이 있으며 MBC TV에서 ‘틴틴의 대모험’이라는 제목으로 99년 초 방영되기도 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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