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없는 국가 이미지’를 만들려면…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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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없는 국가 이미지'를 만들려면….

분단국가, 시위, 불법복제품….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흔히 부정적이다. 한국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가 없어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똑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가 이미지 제고 심포지엄'은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 각국 문화원장 및 공보관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쇼바 포나파 영국문화원장은 영국문화원의 경험을 소개했다. 1934년에 설립돼 세계 110개국에 분포하는 영국문화원은 영어 강의와 유학 상담, 예술 및 과학관련 행사 개최로 매년 5000여만 명에게 영국의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포나파 원장은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주도로 1997~98년 추진된 '쿨 브리태니커(Cool Britannica)' 프로젝트의 경우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멋있고 젊은 영국'의 이미지를 홍보했던 이 프로젝트는 대중음악 패션 미술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과학기술이나 공산품 분야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나파 원장은 "국가 이미지 개선 작업은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실제 발전과도 연결돼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파트릭 모뤼스 프랑스문화원장은 "프랑스에 알려진 한국인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자 정명훈, 영화감독 임권택 등 문화예술인"이라며 "전통문화뿐 아니라 동시대의 예술인들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 등 토론자들은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삼국시대 토기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하는 점이나 영어로 된 한국미술사 책이 한 권도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와 이라크전 이후에 실추된 국가 이미지 회복을 위해 각국 도서관에 '아메리카 코너'를 설치해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책들을 비치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이런 책들을 외국어로 활발히 번역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베 슈멜터 독일문화원장은 "2차대전 후 독일의 이미지가 그동안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전히 베토벤과 히틀러를 함께 떠올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국가이미지위원회가 주관했으며 국무조정실 국정홍보처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후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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