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파이프오르간 없는 예술의 전당 언제까지…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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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듣는 것은 ‘꿈’에 그칠 것인가.

최근 예술의전당은 주공연장인 콘서트홀을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보수공사로 휴관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음악계 인사들은 “그동안 음악계 미완의 현안이었던 예술의전당 파이프오르간 설치문제를 이번 기회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금옥 한국파이프오르간협회 회장(서울신학대 교수)은 “한국의 클래식음악 문화를 상징하는 예술의전당에 파이프오르간이 없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이상만씨는 “대편성 관현악곡 연주회가 있을 때마다 전자오르간을 대신 사용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파이프오르간 설치에 장애가 되는 것은 예산과 공사기간 중의 휴관문제. 그동안 예술의전당측은 음악계의 파이프오르간 설치 요구에 대해 “30억원에 이르는 예산 마련도 힘들지만, 설치에만 3개월 이상 걸려 콘서트홀 장기휴관이 불가피하므로 더더욱 곤란하다”고 해명해 왔다.

마침 2005년 6개월의 휴관이 예정된 만큼 공사기간은 확보된 셈. 그러나 예술의전당측은 현재 오르간 설치를 위한 어떤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지금 오르간 발주를 서두른다 해도 2005년 6월까지 공사를 마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다는 전제로 무대 뒷면 벽체가 설계됐으나 설치가 미뤄져 왔다. 2001년 1월 예술의전당측이 ‘2003년까지 파이프오르간 설치공사를 완료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지만 같은 해 4월 김순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그해 해당 예산을 ‘음악분수’ 설치에 전용해 파이프오르간 설치는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올해 예술의전당 예산은 388억원. 70% 정도를 자체수입으로 충당하며 나머지를 국고보조와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받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대표적 음악공간의 위상에 걸맞은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할 수 있도록 예술의전당이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만씨는 “국고지원이 어렵다면 민간 차원에서 ‘파이프오르간 설치위원회’를 가동해 대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안 등도 모색할 만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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