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한일 도예전' 참석차 방한한 조선 도공의 후예들

  • 입력 2003년 9월 4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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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조선도공의 후예들. 왼쪽부터 가네가에 쇼헤이, 사카 고라이자에몬, 다코도리 하치잔. 허문명기자
내한한 조선도공의 후예들. 왼쪽부터 가네가에 쇼헤이, 사카 고라이자에몬, 다코도리 하치잔. 허문명기자
“문화는 누가 누구에게 전하고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 라고 봅니다. 400년 전 일본에 도자문화를 심어 준 조선 도공의 후예들로서 이제 한국과 일본의 정신문화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30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2003-한일 도예전-공생을 위하여’ 전시개막식(3일) 참석 차 방한한 조선도공 후손 3명, 12대 사카 고라이자에몬(坂 高麗左右衡門), 13대 다카토리 하치잔(高取八山), 13대 이삼평(李參平· 일본명 가네가에 쇼헤이)씨는 한국문화의 원류를 기억하고 지켜내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이들의 선조들은 모두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었다. 당시 끌려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들은 일본 도예계에서 조선 출신 도예 명가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심수관 가 (沈壽官 家)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선조들이 처음 정착한 규슈에 머물며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13대 이삼평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1610년 아리타에서 고령토를 발견하고 실향의 아픔을 도자기에 새겨 넣은 조선 도공 이삼평의 후예. 가네가에씨는 “선조의 뜻을 이어받아 조선청화 백자의 순박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12대 사카 고라이자에몬의 선조는 조선도공 이작광, 이경 형제. 이들 형제는 한반도에서 들어왔다고 해 이름에 고려(高麗)란 말이 들어간 ‘고라이자에몬’으로 불렸다. 사카씨는 “지금도 재래식 장작 가마를 이용해 도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남 하동지역에서 제작하는 도기 기법을 일본에서 가장 비슷하게 재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13대 다카토리 하치잔의 선조는 조선의 팔산(八山)으로 알려진 지역에 살던 도공. 조선도자의 따뜻함과 정감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가업을 잇기 싫어 몇 번 가출도 했었다는 다카토리씨는 교토시립대학 도예과를 졸업한 뒤 한국적 도자방식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과 이천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도예 6대 가문의 후손들과 국내 작가 63명이 각기 3점씩 180여점을 선보인다. 전통도예 뿐 아니라 도예 조형 조각 작품들도 함께 선보여 한일 현대도자의 작품경향도 알 수 있다. 02-720-5114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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