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조세러피' 효과 논란…“비만치료의 마법”“안전성”

  • 입력 2003년 8월 1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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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미용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하나. 한 여성이 운을 뗀다.

“메조세러피라고 들어봤어요?”

또 다른 여성이 맞장구를 친다.

“아직도 몰라요? 살 빼는 데 최고라던데….”

한 비만클리닉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올라 있다.

“메조세러피, 감동입니다.”

“주사 맞고 얼굴이 반쪽이 됐어요.”

‘메조세러피(Meso-Therapy)’. 지방 덩어리 근처의 피부에 주사로 약물을 투입해 분해한다는 일종의 대체의학이다.

2년 전 국내에 소개됐지만 최근 비만클리닉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도 비만클리닉 전문의 등 300여명의 의사가 정보를 얻기 위해 몰려들었다. 참석자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글쎄”라며 왼고개를 트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과연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메조세러피’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한다.》

▽메조세러피란=1952년 프랑스 의사인 피스토르가 통증 치료법으로 개발했다. 중배엽(Mesoderm)의 ‘메조(Meso)’와 치료법이란 뜻의 ‘세러피(Therapy)’를 합성해 이름이 지어졌다. 비만 외에 척추질환, 흉터, 대머리, 피부 주름 등 치료 영역이 다양하다는 주장이다.

비만치료에 적용되는 원리는 이렇다. 지방 세포가 섬유막과 뒤엉켜 단단하게 뭉쳐 있는 비만 덩어리인 ‘셀룰라이트’ 주변 진피 부분에 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지방이 분해된다는 것. 보통 3개 이상의 약물을 소량씩 한꺼번에 주입한다.

약물로는 혈관확장제, 국소마취제, 림프순환개선제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약물의 종류와 투입량은 환자의 성별과 나이, 지방축적 정도, 폐경 여부, 치료부위 등에 따라 달라진다. 1, 2주에 1회씩 시술한다. 보통 1회 주사에 5만∼10만원.

▽효과와 부작용 논란=옹호론자들은 기존 약물 사용량의 2∼25%만 사용해도 비만치료 및 체형교정의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약물 투입 경로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약을 먹으면 위나 간 등에서 흡수돼 실제 비만 부위에 전달되는 양이 적고 효과도 작지만 주사로 약물을 투입하면 조직에 바로 침투해 신속하게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옹호론자들은 또 시술이 간단하고 통증이 없으며 한번 시술로 효과가 오래 유지되므로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만 해소와 체형 교정은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을 꾸준히 병행해야 가능하며 몇 번의 시술로 효과를 보겠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

한 의학자는 “미국의 온라인의학도서관 ‘퍼브메드(PubMed)’에 오른 메조세러피 관련 논문 30여편 중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단 한 건도 없으며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말한다.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시술자의 미숙함으로 인한 피부 침착, 알레르기, 감염 등이 전부라는 것이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런 부작용도 전문의에게 시술받을 경우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용되는 약물이 각각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들은 또 그동안 제대로 된 임상실험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의학계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입소문을 타고 환자들이 암암리에 몰려들고 있다.

많은 의학자들은 프랑스에서도 비만 치료시술로서 메조세러피의 인기가 퇴조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메조세러피를 비만치료의 만병통치술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자신을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한 의학자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비만치료 자체가 아니라 비만치료 후 체형보정 목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조세러피의 효과가 있다고 해도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하인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먼저 비만을 치료한 후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

클리닉마다 서로 다른 약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방’과 ‘비법’이 난무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부분의 클리닉이 사용되는 약물의 종류와 사용량을 표준화했거나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이를 확인해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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