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홍윤식/國樂, 세계를 품자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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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진흥책을 위한 노력이 제2기를 맞고 있다. 제1기의 국악 진흥책이 1945년 8·15 광복을 전후해 민족음악의 복원과 그 보존의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면 오늘날의 사회가 요구하는 제2기의 국악 진흥책은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대응하는 창의력 발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조적 융합’ 민속음악의 특징 ▼

제1기의 국악 진흥 과정에서 국립국악원의 발족과 서울국악예술고교의 개교를 보게 되었으며 오늘날의 국악 진흥책은 세계 질서의 근간인 ‘문화의 창조적 생산’에 참여하기 위해 그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몽골과 일본의 전통음악계를 돌아보고 올 기회가 있었는데, 두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통음악 정책에서 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몽골 방문은 그 나라의 국립예술학교와 교류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었다. 몽골 국립예술학교 당국이 교육 과정과 연관된 각종 공연물들을 제공해 준 데다, 테무친 민속공연단이 주최한 예술제에도 참가할 수 있게 배려해 주어 몽골 예술계의 실상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진흥책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몽골 민족은 16개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몽골 전통음악은 16개 종족 음악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서로 융합시키는 한편 서양음악과의 교류와 융합에도 신경 씀으로써 전통음악의 창의적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한편 일본은 문화비교론 강의를 위해 방문했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의 비교와 발전 방향에 대해 여러 사람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이 중 한 가지 얘기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 소위 ‘탈아입구(脫亞入歐)’의 문화정책을 펼치면서 자기 나라의 전통음악을 학교 교육에서 제외시켜 왔으나, 근년 들어 각급 학교에서 전통음악을 교육하도록 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하면서 그것들의 상호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융합하면서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즉, 신라시대 이래 우리 음악은 아악(雅樂), 당악(唐樂), 속악(俗樂), 향악(鄕樂)이란 개념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악, 산악(散樂)의 개념도 있었다. 이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들은 향악을 바탕으로 상호 융합하면서 전통음악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 즉, 향악의 바탕이 있었기에 아악, 당악 등을 자주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고, 향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향악은 전통음악의 개념으로 오늘에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곧 민속음악의 축적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국악에 대한 인식은 궁중음악인 아악과 민속음악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리고 전자는 정제된 음악이요, 후자는 산악이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음악의 구조적 성격을 잘 파악해 보면 아악은 형식적이요 도덕적인 성격이 강해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하고 있는 데 비해, 민속음악은 정적(情的)이고 인간 감정의 자연적 발생을 중시해 심미활동(審美活動)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음악문화를 진작시킨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상상력 있어야 ‘제2도약’ 가능 ▼

따라서 제2기를 맞는 국악 진흥 운동은 민속음악을 중심으로 많은 장르의 음악들이 융합하면서 전통음악의 계승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전통음악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부단히 진작시켜 현대 음악의 내용도 풍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문화운동으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아가 세계문화의 ‘창조적 생산’에 참여하면서 국악의 보편적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홍윤식 서울국악예술중고교장·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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