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벗고 無心세계로…천태종 구인사 재가신도 하안거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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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지난달 29일(음력 7월 1일) 불교 천태종의 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 경내 설선당(說禪堂)에 모인 500여명의 신도들은 연방 ‘관세음보살’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소백산 산자락에 있는 구인사는 마치 시장 한복판처럼 떠들썩했다.

이들은 한 달의 하안거를 하고 있는 신도들. 조계종에선 스님들만 하안거를 하지만 ‘대중불교’를 표방하는 천태종은 재가 신도들도 스님들과 함께 하안거를 실시한다.


하안거 기간 중 구인사를 찾아 ‘관세음보살’을 간절하게 염송하는 천태종 신도들.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고생스러운 가운데서도 이들의 신심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사진제공 천태종보사

한 달 내내 이곳에서 먹고 자며 수행하는 정식 코스 등록자만 1400여명. 열흘 이내의 단기 수행자까지 포함해 3000여명이 구인사 경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인근 절을 찾아 기도를 하는 간이 하안거를 한다. 이 수도 2만명가량 된다.

김도용 종정은 이날 설법보전에서 열린 결제식에서 “무심으로 기도하고 무심으로 생활하라”는 법어를 내렸다.

이들은 구인사 내 판도암 설선당 대법당 인광당 삼보당 등에 자신의 자리를 배정받고 하루 12시간반씩 수행 정진을 한다. 이들의 일과는 오전 6시반에 시작돼 다음날 오전 4시반이 돼서야 끝난다. 공식적으로 잠자는 시간은 2시간뿐. 잠자리도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기도하던 곳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 제대로 수행하려면 용맹정진하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

천태종의 수행은 조계종처럼 참선이 아니라 ‘관세음보살’ 다섯 글자를 염송하는 관음 기도. 지극한 정성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모든 괴로움과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한다는 것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 참가라는 안영희씨(49)는 “마음을 집중해 기도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기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힘들긴 하지만 하루 수만번 관세음보살을 외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고요해진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또박또박 끊어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고 어떤 사람은 금세 목이 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또 경내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 신도들은 계단과 복도에 자리를 깔고 염송을 하기도 한다.

총무부장 덕수 스님은 “가족이 함께 와서 기도하거나 방학 기간을 모두 이곳에서 보내는 학생도 적지 않다”며 “스님들은 수시로 신도들의 정진 상태를 점검하고 상담해 준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밥 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하루 80kg짜리 쌀 7, 8가마니가 필요하고 식사 시간만 2시간이 소요된다.

정명동씨(49)는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가끔 문제도 있지만 이런 곳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양보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도 좋은 수행”이라고 말했다.

단양=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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