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찾아가는 문학강연' 작가 오정희씨 강연

입력 2003-06-17 18:52수정 2009-09-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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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설가에 대해 저마다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었지요? 그런데 직접 보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던 오정희와 실제 오정희는 어때요? 다르지요?”

“(우렁찬 목소리) 예!”

‘동경’ ‘유년의 뜰’의 작가 오정희씨가 17일 고등학생들을 찾았다.

작가 오정희씨가 17일 경기 양평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문학강연을 했다. -양평=조이영기자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문예진흥원이 마련한 ‘찾아가는 문학강연’의 첫 손님은 경기 양평군 양일종합고등학교 학생들. 1학년과 2학년 문과반 학생 400여명이 양평군민회관에 모였다.

오정희씨는 어떻게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는지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전 아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어요.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은 작문뿐이었지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도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어요. 선생님께서 ‘너는 작가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말씀이 가슴에 각인이 되었어요.”

그는 상장과 부상으로 받은 책을 들고 귀가했다. 당연히 큰 칭찬을 받을 거라는 기대와 더불어. 그러나 6·25전쟁 당시 북한에서 월남한 아버지는 “뭐하러 쓸데없는 일을 하는가”라며 호통을 치더니 “문학은 병적이며 퇴폐적이고 감상적이라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조숙하고 반항적인 문학소녀랄까요. 중고교 시절 늘 소설책을 읽으며 친구들을 경멸했답니다. 그 때는 남다른 짓으로 존재감을 표출하는 것, 그것이 문학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질이라고 믿었지요.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경험을 하고, 세상의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고요. 그러니 여고 생활이 얼마나 시시했겠어요.”

여고시절의 ‘일탈’의 체험을 통해 그는 이미 양평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가방에 블라우스 1벌과 속옷가지, 그리고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서밍 업’을 챙겨 넣었다. 예술가들이 갖는 근원적 꿈을 보게 해준 책들이었다. 양평의 한 민박집에 방을 잡고 호롱불 밑에서 울면서 편지를 썼다.

“‘어머니, 저 찾지 마세요. 성공해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썼죠. 그리고 가져간 두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었어요. ‘서밍 업’은 몸의 자전 소설인데 그 때,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이고 문학가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눈을 뜨게 됐어요.”

그는 청소년수련회를 떠나는 아이에게 책을 권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짐을 쌀 때보니 책을 빼고 청바지를 두 벌 넣더라고요. 책보다 청바지를 선택한 것이죠. 그래서 네가 읽을 수 있는 분량만큼 찢어가라, 했더니 아까워서 어떻게 찢냐고 해요. 그래서 책은 읽는 사람의 것이고, 네가 읽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100년 동안의 고독’에서 수난과 압박으로 가득찬 역사를,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 전제국가의 무서움과 정치변질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염상섭 채만식의 소설에서는 인간군상들의 면면을,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인훈의 ‘광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 역사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리다고, 그래서 인생에서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모든 것은 스스로에서 시작합니다. 무심한 단어 문장 사람 사건이 그냥 지나쳐가는 것 같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성찰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답니다.”

2학년 김미연 양은 “책에서만 봤던 작가를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오정희씨의 작품을 비롯해 권해주신 여러 책을 읽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양평=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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