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100㎞-24시간 달리기 국내기록 ‘鐵人' 진병환씨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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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진병환(陳炳煥·47·6급)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철인(鐵人)’으로 통한다.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에 4년 전부터 마라톤, 그것도 모자라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울트라마라톤’에 심취한 덕에 온몸이 강철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3일 시청 체력단련실에서 만난 그는 키가 170cm도 채 되지 않아 보였고 몸무게도 60kg을 겨우 웃돌 정로로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다. 그러나 첫눈에도 무쇠처럼 단단해보였다.

국내에 알려진 지 불과 3, 4년에 불과한 울트라마라톤은 말 그대로 마라톤 풀코스(42.195km)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이다. 50km, 100km, 150km, 1000km, 24시간 달리기, 6일 달리기 등…. 이 중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종목은 100km와 24시간 달리기.

마라톤 풀 코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의 한국기록 보유자 진병환씨가 서울시청 체력단련실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진씨는 두 종목의 국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00km에 두 번, 24시간 달리기에 한 번 출전해 그때마다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3회 서울 울트라마라톤 100km에 1위로 골인하며 얻은 기록이 7시간41분7초. 100m를 평균 27.6초에 달린 셈이다. 올 4월5, 6일 경기 용인대 캠퍼스 400m 트랙에서 열린 24시간 달리기에서는 561바퀴를 돌아 224.4km의 신기록을 세웠다. ‘그냥 마라톤’도 15번이나 완주했다. 3월16일 열린 제74회 동아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43분37초의 기록으로 일반 부문 21위를 차지했다.

왜 달리는 것일까? 우문(愚問)을 던지자 에드먼드 힐러리경의 “거기 산이 있기 때문”만큼이나 평범한 답이 돌아왔다.

“그저 달리는 게 좋습니다. 대회 전날 밤은 설렘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지요. 달리다 보면 삶의 지혜도 얻습니다. 초반에 뛰쳐나가는 경쟁자들을 보면 앞지르고 싶지만 꾹 참고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국 삶도 그런 게 아닐까요?”

마라톤이건, 울트라마라톤이건 어느 정도 달리고 나면 그때까지 달린 거리가 아까워서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단다. 괴로울 때는 ‘인생 최대의 고비’를 생각하며 이겨낸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시청도 인력감축 압박을 받았습니다. 감원대상 인력 풀이 구성됐고 저도 거기에 포함됐었지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입술을 깨물고 뜁니다.”

이제 그의 목표는 국제대회에 나가 한국 울트라 러너의 기개를 떨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울트라마라톤 1위 자격으로 22일 일본에서 열리는 100km 경기에 출전하고 10월에는 국내 2인자인 직장 동료와 함께 24시간 달리기 국가대표로 네덜란드에 간다.

국내 울트라 러너는 기껏해야 1000여명. 그래서 아직 ‘큰물’과는 수준차이가 많이 난다. 100km의 경우 세계기록은 일본 선수가 98년 세운 6시간13분33초로 진씨보다 1시간반 정도 빠르다. 하지만 간단히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그는 “인간 한계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 “울트라 러너는 대부분 산전수전 다 겪은 40, 50대”라며 “마라톤에서도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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