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푸른 난쟁이…' 씨앗을 지키는 난쟁이의 눈물

  • 입력 2003년 6월 3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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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난쟁이와 수박머리 아저씨/이상권 글 김용선 그림/125쪽 7000원 시공주니어(초등1~3년)

자연의 ‘자연스러움’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 작은 씨앗을 심으면 큰 나무가 되고, 매년 같은 색깔의 꽃을 피우며, 죽으면 흙이 되어 또 다른 씨앗을 키워내고 하는 것들은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면 놀라움이다.

늘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 궁금하다. 누가 하는 걸까?

누가 이 복잡한 일을 일목요연하게 해내는 걸까?

이 책에서는 이 경이로운 일을 해내는 인물로 ‘푸른 난쟁이’를 소개한다. 푸른 난쟁이는 과학자들이 죽은 땅이라고 판정한 난지도에서도 꽃을 피우고, 이 땅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을 살리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 일을 방해하는 ‘수박머리’ 일당은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아 푸른 난쟁이들을 죽이는 데 이용하려 한다. 난쟁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은 한 방울의 눈물로 수호신 달팽이를 찾는 길뿐. 푸른 난쟁이들의 세계를 구할 주인공 ‘지원이’는 수박머리의 꾐에 빠져 밥 대신 아이스크림 만 먹으며 점점 쇠약해져가니….

책을 읽다보면 인물들이 재미있다. 자연과 아이들의 마음을 파괴해서 돈만 벌려는 사람으로 대표되는 ‘수박머리’는 몸은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많이 하는 현대인의 모습인 것 같아 섬뜩하다.

생명을 살리는 기운을 가진 것으로는 ‘난쟁이, 눈물, 달팽이’ 들이 나온다. 다들 작고 느리고 힘이 없는 것들이다. 특히 ‘눈물’이 생명을 살리는 바탕이라는 작가의 시선은 참 따뜻하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내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고 남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의미이니 자연을 살리는 일도 인간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연의 아픔을 함께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인공 ‘울보’ 지원이는 진짜 눈물은 떼쓰기 위해 흘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흘리는 것임을 알게 된다. 요즘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3보 1배’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슴을 적신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함을 사죄하는 ‘3보 1배’를 보면서 우리가 모두 돈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수박머리’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 대한 최대의 경배는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것이다. 경제발전이란 이름으로 갯벌을 없애버리는 일에 대해 인간들을 대신해서 자연에 사죄하는 성직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눈물’의 모습은 아닐까.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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