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작가 이창래씨 한국戰배경 소설 준비차 방한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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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씨는 “한국은 내게 공기와 같다”며 “내 소설에는 한국적인 것들이 숨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이창래씨는 “한국은 내게 공기와 같다”며 “내 소설에는 한국적인 것들이 숨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재미교포 작가 이창래씨(프린스턴대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38)가 작품 구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1995)’, ‘제스처 라이프(A Gesture Life·1999)’를 통해 미국 문단의 주류로 자리 잡은 그는 요즘 6·25전쟁 이후의 상황에 초점을 둔 네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세 번째 소설 ‘얼로프트(aloft)’를 얼마 전에 완성해 내년 초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설은 60세의 미국인 남성이 한국인 부인과 사별한 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두 자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이든 남자와 자식의 관계를 다룬 작품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와해되고, 또 어떻게 가까워지는지를 담았죠. 완전히 미국인인 아버지와 혼혈인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인종이나 생김새 때문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것은 마음 깊숙이 더 큰 이질감이 있다는 거예요.”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 ‘네이티브 스피커’나 ‘제스처 라이프’와 달리 최근작에서는 가족이, 차기작에서는 6·25전쟁이 중심에 놓인다.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는 작가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교포, 소수민족 작가라고 해서 특정한 주제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은 솔직히 속상하죠. 범위의 제한은 상상력의 폭을 좁힐 뿐이니까요.”

‘네이티브 스피커’와 ‘제스처 라이프’ 한국어판이 절판된 데 대해 그는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며 “절판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프랑스 독자가 한국 독자들보다 내 작품에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읽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프린스턴대 교수로 임용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을 비롯해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유명 작가들과 동료 교수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 책에서 만날 수 있었던 작가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기쁘죠. 이 뛰어난 ‘지적 공동체’에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다방면의 여러 전문가가 모여 있어서 교수식당에 가면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니까요.” 이씨는 대산문화재단 초청으로 20일 오후 4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소속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했으며, 27일 출국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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