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음식]냉면에 왜 겨자-식초 넣을까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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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냉면은 맛과 영양의 보고이다. 냉면을 먹기 전에 충분히 알고 먹는 것은 어떨까.동아일보 자료사진
여름철 냉면은 맛과 영양의 보고이다. 냉면을 먹기 전에 충분히 알고 먹는 것은 어떨까.동아일보 자료사진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냉면. 냉면은 고려 때 국내에 들어와 조선 중기 이후 본격적으로 식탁에 올랐다. 19세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도 냉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원래 겨울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철 최고의 별미가 됐다. 냉면 구석구석에 영양학이 숨어 있다. 가령 삶은 달걀은 단백질 섭취가 힘든 궁핍한 시대에 영양 균형을 맞추려는 고육책이었다. 냉면의 찬 성질을 보충하려고 더운 성질의 겨자를 함께 먹은 것도, 식초를 함께 넣어 겨자의 향기를 보존하고 대장균을 죽인 것도 알고 보면 모두 조상의 지혜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냉면을 먹을까. 냉면이 좋은 4개 유형에서 찾아보자.

(도움말=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서울 꽃마을한방병원 한방2내과 주입산 과장) 》

#1. 나는 냉면이 좋다

‘냉사모(냉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2000년에 만들어진 동호회다. ‘자다가도 냉면 소리만 들으면 벌떡 일어나는’ 냉면 마니아들이 모였다. 현재 회원은 7200여명.

‘냉면 마니아’에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법어(法語)처럼 냉면은 냉면이기에 1년 내내 먹는다. 냉면의 역사는 이들에게 당연한 상식이다.

대동강, 기생 등과 함께 평양의 3대 풍물로 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평양냉면은 물냉면의 ‘대모(大母)’쯤 된다. 원래 꿩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육수로 썼지만 동치미 국물이나 사골을 우려낸 국물을 많이 사용한다. 메밀로 면을 만들어 거칠고 툭툭 끊어졌지만 요즘에는 감자전분이나 밀가루 등을 섞어 찰기를 낸다.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을 많이 사용해 면발이 가늘고 질기며 오돌오돌 씹힌다. 여기에 홍어 가자미 같은 생선을 얹고 아주 매운 양념을 넣어 비벼 먹었다. 요즘의 회냉면과 비빔냉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세월이 흐르면서 경계를 넘나들었다. 일종의 ‘크로스오버’다. 함흥식 평양 비빔냉면이나 평양식 함흥 물냉면이 많아졌다. 드물지만 남부지방에서도 냉면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진주냉면.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최근 ‘변형 냉면’도 늘고 있다. 녹차 잎을 육수와 함께 우려낸 ‘녹차냉면’, 면에 쑥가루를 넣은 ‘쑥냉면’, 칡즙을 면에 넣은 ‘칡냉면’, 야콘생즙을 넣은 ‘야콘냉면’ 등이 대표적이다.

#2. 냉면으로 다이어트를

메밀과 감자전분을 7 대 3의 비율로 만든 면에 양념과 건더기를 모두 뺐을 때 물냉면 100g에 들어 있는 지방질은 1.4g으로 대략 1%에 불과하다. 340Cal 정도로 저칼로리 식품이다. 또 메밀에는 다른 곡물과 달리 불용성 섬유소까지 들어 있어 소화를 돕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냉면 다이어트는 일반 식사가 한 끼에 800Cal 내외인 점을 감안했을 때 한 끼를 냉면으로 먹으면 300∼400Cal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실제 양념과 건더기의 종류 및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100g을 기준으로 했을 때 냉면은 400∼550Cal 정도다. 물냉면이 가장 칼로리가 낮고 이어 비빔냉면, 칡냉면, 회냉면 순서다. 만약 메밀만을 원료로 해서 면을 만들었으면 칼로리는 더욱 떨어진다. 가령 같은 양의 메밀국수 칼로리는 물냉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다이어트용이라면 물냉면이 특히 좋다. 국물과 함께 먹어 칼로리를 줄여도 배부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국물은 싱겁게 먹도록 하고 사골 육수보다는 동치미 육수가 더 적합하다.

냉면 다이어트는 오래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매일 한 끼를 거르지 말고 먹어야 하므로 쉽게 질리는 데다 중단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생기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비빔냉면은 염분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또는 심장병 환자의 다이어트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신선한 채소 섭취와 운동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메밀은 트립토판, 트레오닌,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쌀과 밀가루보다 단백질 함유량이 3배 이상 많다. 또 각기병을 막는 비타민 B1, 피부염에 좋은 비타민 B2와 니아신도 풍부하다.

이 밖에 메밀에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등 혈관손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비타민 P의 일종인 루틴도 들어 있다. 루틴은 모세혈관의 저항력을 키워 고혈압과 동맥경화, 궤양성 질환, 동상, 치질, 감기 치료 등에 효과가 인정돼 임상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성분이다. 또한 칼슘과 인 등 무기질도 다량 함유돼 있어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회냉면에 주로 사용되는 홍어나 가오리에는 관절염 치료제인 뮤코, 다당단백질인 황산 콘드로이친이 있다. 특히 숙성된 홍어는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하고 대장 안의 잡균을 제거해 소화기관을 안정시키는 등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홍어는 또 100g당 단백질이 19g 정도 들어 있는 고단백 식품.

매운 양념에 쓰이는 고추는 비타민 A와 C가 많은 대표적인 식품. 특히 매운 맛의 성분인 캡사이신은 입안과 혀를 자극하여 식욕을 돋우며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효소 기능을 향상시킨다. 단 매운 맛이 너무 강하면 위와 장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키고 소장 점막을 손상시켜 소화와 흡수기능을 떨어뜨린다. 육수를 자주 먹어주는 게 좋다.

#4. 전문가가 말하는 냉면 먹는 법

33년째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를 경영하는 김인주씨(69)는 면을 미리 자르지 말라고 한다. 가위의 날이 닿아 면의 ‘생명’을 잃기 때문에 맛이 없어진다는 것. 또 계란 노른자를 육수에 풀어 먹어야 맛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냉면 고유의 육수 맛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그렇게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이와 함께 무김치를 면과 같이 씹으면 무김치의 시큼시큼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면과 함께 섞여 독특한 맛을 낸다. 고추와 오이 등 야채를 함께 먹는 것도 좋다.

한의학에서는 자신의 체질에 맞춰 먹는 것을 권한다. 만약 자신에게 냉면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소양인(少陽人)일 확률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냉면을 소양인에게 이롭지만 소음인(少陰人)에게는 해로운 음식으로 여긴다. 냉면의 차가운 성질 때문이다. 비장이 크고 신장이 작아 열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강한 소양인은 냉면을 먹었을 대 몸 안의 차갑고 더운 기운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반면 신장이 크고 비장이 작은 소음인은 열에너지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냉면을 먹으면 몸 안의 차가운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

서울시내 주요 냉면전문점
상호주소 전화번호
을밀대서울 마포구 염리동02-717-1922
우래옥서울 을지로 4가02-2265-0151
필동면옥서울 중구 필동02-2266-2611
을지면옥서울 을지로 3가02-2266-7052
남포면옥서울 중구 다동02-777-2269
장충동 평양면옥서울 중구 장충동02-2267-7784
만포면옥서울 은평구 구파발02-359-3917
오장동 함흥냉면서울 중구 오장동02-2267-9500
오장동 흥남집서울 중구 오장동02-2266-0735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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