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조선시대 330개郡 행정지도 첫 복원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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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행정구역을 복원하는 작업이 최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김흥규·金興圭 국문학과 교수)에 의해 완료돼 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작성을 위한 베이스맵(basemap)이 마련됐다. 조선 행정구역이 개별 연구자에 의해 부분적으로 복원된 사례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복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은 개국 당시 전국을 520개군(郡)의 행정구역으로 나눴다가 15세기 초 이를 330개군으로 통합했다. 이 체제는 큰 변화 없이 500여년간 유지되다가 일본이 조선을 병합한 후인 1914년 220개군으로 대폭 줄어들어 오늘날로 이어지는 행정구역의 큰 틀이 짜였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은 일단 1914년 조선총독부령으로 만들어진 ‘신구대조 조선전도부군면리동명칭일람(新舊對照 朝鮮全道府郡面里洞名稱一覽)’을 출발점으로 삼아 220개군을 330개군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복원의 도달점으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가 작성된 1861년을 택했다. 이 지도에는 전국의 군경계가 표시돼 있고 그 해설서격인 대동지지(大東地志·1864년 작성)에는 군의 하위단위인 면(面) 혹은 방(坊)에 대한 기록도 자세히 수록돼 있는 등 복원에 필요한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1861년의 서울(한성부)과 경기 고양 지역(왼쪽)과, 1914년의 서울(경성부)과 고양 지역. -사진제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김종혁(金鍾赫)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조선 초기인 15세기 초 행정구역 조정이 끝난 이후 어느 한 시점의 행정구역이 조선 전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1861년은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1861년의 행정구역을 복원하는 작업은 1914년부터 거꾸로 올라가면서 면리 단위의 이속(移屬)을 소급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10년대의 1 대 5만 지도 718장을 디지털화해서 그 위에 경계선의 변화를 그려가는 것이다. 면이 통째로 이속하면 작업이 간단하지만 하나의 면이 복수의 군으로 분할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복원단위의 하한은 리(里)가 되고, 따라서 자연마을까지 검토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조선시대는 정교한 측량술을 갖고 전국지도를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면적을 계측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지리지에 수록된 여러 통계자료에 절대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었는데 당시 행정구역이 복원됨으로써 면적값에 대비한 밀도값 산출이 가능해졌다.

김종혁 교수는 “이번 행정구역 복원을 통해 우선 군면적 산출이 가능해졌고 경지면적당 인구밀도, 지역별 평균인구 등 다양한 형태의 주제도(主題圖)가 작성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전자문화지도 속에 조선의 인물 사상 문학 민속 종교 경제활동 등 총체적인 문화현상을 배치하기 위한 베이스맵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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