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장이머우감독 입국회견 "막이 오르면 너무 놀라지 마세요"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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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피렌체, 1998년 중국 베이징 무대에 이어 세 번째로 ‘투란도트’를 연출하는 장이머우 감독. -원대연기자
1997년 피렌체, 1998년 중국 베이징 무대에 이어 세 번째로 ‘투란도트’를 연출하는 장이머우 감독. -원대연기자
“지금 보시는 무대는 대략의 모습일 뿐입니다. 공연 당일에는 휘황함에 압도될 겁니다.”

개막 D-9. 오페라 ‘투란도트’ 연습을 위해 입국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29일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자신했다.

중국 고궁을 본떠 만든 세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 동편 스탠드를 채워가고 있다. 5월 3일부터는 전 출연진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 리허설이 시작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투란도트’는 이미 많은 기록을 세웠다. 무대 폭만 150m. 98년 중국 쯔진청(紫禁城) 야외무대 폭 85m의 두 배에 가깝다. 남자주인공 칼라프 역으로 출연하는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는 ‘세계 어디서도 이만한 규모의 무대가 세워졌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석이 다 들어찰 경우 총 관객 수는 14만4000명. 베이징에서는 나흘 동안 1만5000여명이 공연을 관람했다. 투란도트 추진사무국측은 지난주 50%의 예매율을 넘어섰으며 이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결과라고 밝혔다.

“기존의 투란도트는 ‘중국적’인 것과 외국인들이 ‘중국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이질적 요소들이 애매하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진정으로 중국적인 것의 정수를 보여주려 했죠.”

97년 이탈리아 피렌체 5월음악제(마지오 무지칼레)에서 첫선을 보인 장이머우판 ‘투란도트’는 기존의 어둡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벗어나 더없이 화려하고 장엄한 무대라는 평을 받았다. 이 공연의 성과는 이듬해 베이징 공연, 올해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조명이었습니다. 국가문화재 경내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만큼 제한이 많았죠. 서울무대에서는 주인공의 심리상태까지 섬세하게 조명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세부 장면에 대해 말을 아끼던 장 감독은 3막 중 시녀 류가 자살하는 장면에서 ‘승천’하는 새로운 효과를 도입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겠다고 단 하나의 ‘힌트’를 줬다.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인 ‘투란도트’는 그의 유일한 ‘영웅 오페라’다. 비련 등의 소재를 즐겨 다뤄 온 그가 만년에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기획했다. 전 막에서 합창이 등장하고 화려한 무용이 등장하는 등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무대는 중국의 베이징이지만 소재는 아랍의 천일야화(千一夜話)에서 따왔다. 이방의 왕자 칼라프가 투란도트 공주에게 반한 나머지 목숨을 걸고 공주가 낸 수수께끼를 맞혀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

여기에 푸치니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비련의 주인공인 ‘류’를 창안했다. ‘영웅 오페라’와 ‘비련 오페라’를 나란히 엮은 셈. 그래서 이 작품의 헤로인은 강인한 음성의 영웅적 소프라노(투란도트)와 애절한 표현의 서정적 소프라노(류) 등 사실상 두 명이다.

일반인에게 ‘투란도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인공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 1986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부대행사로 열린 ‘스리 테너 콘서트’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빛나는 열창으로 유명해졌고 이후 준(準)월드컵 로고송처럼 활용되면서 세계인의 애청곡이 됐다. 이에 앞서 이 노래는 영화 ‘킬링필드’에 삽입되기도 했다.

월드컵 1주년 기념 ‘투란도트’ 공연은 5월 8일 오후 8시 그 비밀의 문을 연다. http://www.turandot.co.kr, 02-587-7771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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