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만삭의 기자가 찾은 병원 직영 산후조리원

  • 입력 2003년 4월 3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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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에 문을 연 삼성제일병원 직영 산후조리원의 산모방. 김선옥씨(33.가운데.서울 장충동)와 기자(맨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간호사가 생후 7일된 김씨의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있다.신석교 기자 tjrry@donga.com
서울 중구 을지로에 문을 연 삼성제일병원 직영 산후조리원의 산모방. 김선옥씨(33.가운데.서울 장충동)와 기자(맨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간호사가 생후 7일된 김씨의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있다.신석교 기자 tjrry@donga.com
서울 중구의 A병원이 직영하는 산후조리원은 병원측이 건강증진센터로 사용하는 7층짜리 건물의 위쪽 4개층을 쓰고 있었다. 조리원을 둘러보려고 하자 간호사는 일단 손부터 씻게 했다. 조리원 곳곳에는 비누 대신 손 소독제가 비치된 세면대가 있다. 방문객뿐만 아니라 간호사, 청소원들도 매뉴얼에 따라 수시로 손을 씻는다.

산과(産科)로 명성이 높은 A병원이 직영 산후조리원을 연 것은 3월 초. 보통 산후조리원은 2주일에 100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지만 A병원 산후조리원은 같은 기간에 280만원이 정가다. 그나마 개원 기념으로 요즘은 210만원에 할인해주고 있다.

비용만큼 관리도 특별한지, 요즘 산후조리원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히는 병원 직영 산후조리원의 서비스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1개월 전 산후조리원 몇 곳을 다녀보고 비교해 결정한 경험이 있는 만삭의 기자가 지난달 27일 직접 찾아봤다.

● 감염관리 최우선

A병원 조리원에는 총 38개의 산모방이 있지만 현재는 2개층 25개 방을 운영 중이다. 간호사는 24명이 상주해 있는데 앞으로 38개 방이 모두 가동되면 40명으로 늘릴 계획. “간호사 1명이 아기 1.3명을 돌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조리원의 설명이다.

개인방 크기는 4.5평 남짓으로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기자가 다녀본 조리원들의 방 크기는 대개 2평 남짓이었다. 옷장과 케이블 방송이 나오는 TV, 오디오, 전화기, 유축기, 냉장고가 갖춰져 있었다. 방은 온돌이 들어오는 한실에 침대가 놓인 혼합형. 모자동실 원칙이라 산모용과 아기용 침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화장실에는 비데와 샤워기가 설치돼 있었고 바닥에는 세숫대야만한 아기 욕조와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한꺼번에 씻기지 않고 이처럼 방에 비치된 각자의 욕조에서 아기를 씻기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아기 욕조와 바가지는 퇴원할 때 갖고 나가도록 돼 있다.

이 조리원에서 가장 자랑하는 것은 감염예방 관리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기는 하면서도 산모들은 신생아 감염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한다. 많은 신생아가 모여 있기 때문에 아구창(구강 칸디다증), 장염, 열병 등에 아기가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리원에서는 설사 증세를 보이거나 아픈 아기가 있으면 신생아실 안에서도 다른 아기와 약간 떨어진 곳에 재운다. 앞으로 3개 층이 본격 가동되면 아픈 아기는 7층에서, 건강한 아기는 5, 6층에서 돌볼 계획이다.

병원 소속 감염관리 전문 간호사가 조리원 곳곳의 감염도를 체크한다. 특히 신생아실의 경우 매일 이 간호사가 감염도를 점검하고 아기를 돌보는 간호사들에게 손 씻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한 달에 한 번 조리원 내 구역별 세균 배양 검사도 실시한다.

감염의 우려 때문에 가족 면회도 남편과 시부모, 친정부모 정도로 제한된다. 면회시간은 오후 8시까지. 신생아의 형제자매들도 8세 이상, 그것도 감기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상태라야 동생과 엄마를 보러 올 수 있다. 산모들은 식사도 방에서 각자 따로 한다.

병원 부설답게 1주일에 두 번 의사가 회진하면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이상이 있으면 대기시간 없이 바로 병원에 입원시킨다.

“병원을 이용했던 산모와 아기의 기록이 고스란히 조리원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조그만 변화를 놓쳐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신생아의 특성상 아기 관리에 관한 한 특장점을 갖고 있다.”

조리원을 책임지고 있는 병원 소속 간호사 김승희 차장의 말이다.

● 원칙과 만족도의 불균형

A조리원에는 원칙이 많았다.

우선 모유 수유가 원칙이라 소아과 의사가 진행하는 산모교육도 이런 내용을 강조하고, 간호사가 수시로 유방마사지를 해 준다. 젖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분유를 병행하는 경우 인공 젖꼭지 대신에 실리콘 수저를 이용하게 한다. 아기가 인공 젖꼭지에 익숙해지는 순간 모유 수유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유수유 원칙에 따라 산모방에는 대체로 아기가 와 있다. 그러나 이 점이 오히려 산모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허종희씨(34·서울 옥수동)는 “아이를 직접 돌보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2주일 동안만이라도 내가 좀 편하자는 생각에 젖을 짜서 보내고 있다”며 “조리원이 권장하는 대로 아이를 데려와서 돌보는 산모들은 무척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웬만한 산후조리원은 유아용품 및 화장품 회사들과 연계해 뱃살과 기미를 없애준다는 마사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은근히 제품의 마케팅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수유시간 이외에는 산모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 같은 연계 프로그램 대신 자체 고용한 전문 강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하루에 한가지씩만 실시한다. 내용은 종이접기, 소아과 교육 및 상담, 가족계획 강의, 산후 운동 등. 그러다 보니 “심심하다”는 산모들도 적지 않다.

감염 우려 때문에 면회 대상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우울증에 걸리겠다’는 산모들도 많았다. 쌍둥이를 낳은 한 산모(33)는 “방에서 아기하고만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니 너무 무료하다”며 “아기 아빠조차도 면회시간 제한 때문에 오후 8시 이후에는 함께 있지 못해서 갇힌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면회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릴 계획이다.

비싼 이용료에 대한 불만도 일부 있었다. 이곳에서는 수입 쇠고기 대신 한우를 쓰거나 팩에 담긴 보양식 대신 가물치, 잉어 등으로 보양식을 직접 만든다. 식기도 도자기 세트라 1인당 10만원어치가 제공된다. 이 같은 식자재 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비싼 값이 아니라는 게 조리원의 주장이지만 일부 산모들은 “위생적이라 아기에게 좋기는 하지만 비용에 값할 만큼일까는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는

산후조리원은 의료시설이 아니다. 그러나 산모나 신생아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전문 간호사가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호사가 신생아를 24시간 보살피는지, 간호사 1명당 너무 많은 아기를 돌보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소음이 많은 도로변에 있으면 방음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살피고, 고층건물의 계단이 많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고층일수록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이용료도 싸지만 만약에 화재 등이 일어났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

방은 20개 이상이면 안락한 분위기가 깨지므로 15∼20개 정도 있는 곳이 적당하며 화장실, 샤워실에도 난방이 잘 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신생아 사고나 화재 등에 대비해 보험은 들었는지, 계약기간 이전에 퇴원했을 때 환불규정은 어떻게 돼 있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직영하는 산후조리원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곳이든 병원 명성만 믿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광고지 내용 확인이나 전화문의에 그치지 말고 가고싶은 곳을 서너 군데 정한 뒤 직접 방문해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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