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국내 유일의 신문박물관 '프레시움'

  • 입력 2003년 3월 3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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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신문박물관을 방문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혜선교원 유치원생들이 교사로부터 신문 1면과 호외로 본 근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신문박물관을 방문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혜선교원 유치원생들이 교사로부터 신문 1면과 호외로 본 근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사대부속 초등학교 6학년 박윤희 박윤정 백두산 호랑이를 때려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받다.”

21일 어머니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4층에 자리잡고 있는 국내 유일의 신문박물관 ‘프레시움(Presseum)’을 찾은 박윤희, 윤정 쌍둥이 자매(13)는 자신의 얼굴 사진이 나온 동아일보 1면을 받아보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 관련 기사가 실린 이 날짜 동아일보 1면 사진에 백두산 호랑이를 배경으로 촬영한 자매의 얼굴이 들어있는 것. 이들은 재미있게 사진설명을 써넣고는 “신문기자가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곳은 신문박물관 내에 가장 인기있는 ‘신문 제작 체험 코너’. 박물관을 방문한 당일 동아일보 1면에 관람객의 사진이 담기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한 날에 박물관을 찾으면 좋은 기념물로 간직할 수 있다.

2000년 12월 개관한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이 개관 2년 만에 총 관람객이 11만여명을 넘어섰다. 이 중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관람객은 62%를 차지한다. 신문박물관은 이제 격동의 현대사와 한국 언론사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체험학습 교육장으로도 자리잡았다.

▽광화문은 박물관 벨트

국립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 역사박물관, 금융박물관이 몰려 있는 광화문은 21세기 ‘박물관 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신문박물관은 국내에선 최초이고, 세계에도 7개밖에 없는 신문전문 박물관이다. ‘한성순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뎨국신문’과 같은 구한말 신문뿐 아니라 신문광고, 신문만화, 연재소설 등 신문에 비친 근대의 생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은광여고 이자영 교사(역사)는 ‘신문만화를 활용한 역사수업’에 관심이 많아 신문박물관을 자주 찾는다. 일제강점기 ‘한글보급운동’이나 ‘1차세계 대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당시의 신문만화를 자료로 수집해 학생들과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교사는 “역사 학습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기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문에 실린 만평은 비판의식이 담겨 있어 토론 자료로 좋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이 있던 날의 ‘호외’와 ‘1면’을 모아놓은 곳도 관객의 발길이 많이 머문다. 손기정 선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아폴로호 달착륙, 박정희 대통령 피격사건, 남북정상회담 등 주요사건을 담은 신문 1면과 호외, 뉴스 동영상이 함께 전시돼 관객들은 격동의 현대사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경기 안양시의 성문고 신문반 학생들을 이끌고 학기마다 신문박물관을 찾는다는 이규철 지도교사는 “고대사가 아니라 부모 세대가 살았던 근현대사 유물이어서 청소년들이 더욱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보와 재미를 체험한다

신문박물관 3층 입구에는 세계 80여개국 130여종의 주요 일간지 2000년 1월1일자 신문이 원형 전시공간 내에 진열돼 있고, 동영상 화면에서는 당일자 미국의 뉴욕 타임스, CNN, 일본 아사히신문, 동아일보 등 국내외 신문 방송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4층 ‘미디어 영상관’에는 투명유리에 영상화면을 띄우는 ‘글래스 비전’, 신문제작 체험 코너, 신문에 대한 상식을 퀴즈로 즐기는 컴퓨터 게임 등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다.또 80년 폐국된 동아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유쾌한 응접실’ 등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신문박물관은 올해 동아일보 창간 83주년을 기념해 4월1∼27일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 특별 전시를 마련한다. 가을에는 ‘한국의 신문광고 100년’ 기획전시를 연다. 신문광고 100년은 치약, 비누 등 당시의 광고와 추억의 물품을 동시에 보여준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www.presseum.org 02-2020-183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개관 자문위원 정진석 교수:"신문의 역사의 타임캡슐"▼

“신문은 발행되는 시점에는 가장 흔한 물건이지만, 세월이 지난 뒤에는 역사의 타임캡슐이 됩니다.”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에는 5000여점의 자료가 소장돼 있다. 이 가운데는 언론사(言論史)를 연구하는 한국외국어대 정진석(鄭晉錫·64·사진) 교수가 기증한 자료도 많다.

신문박물관 개관 당시 자문위원을 맡았던 정 교수가 내놓은 유물 중에는 대한매일신보사(1904∼1910년)에 게양됐던 ‘태극기’와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대한매일신보 사장 배설(裴設·Ernest Thomas Bethell)이 사망했을 당시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박은식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보내온 만사집(輓詞集)도 있다.

정 교수는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를 비롯해 한국의 첫 어린이신문 ‘붉은 저고리’ 등도 수백점 기증했다.

또 1945년 광복 후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속간호도 있으며, ‘조선인민보’ ‘해방일보’ 같은 좌익 신문은 광복 후 좌익 활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외국어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한국 언론사’를 강의하는 정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에 한번씩 신문박물관을 찾아 토론한다.

그는 “신문박물관에서 시대별로 정리된 옛신문들을 보면 ‘한국 언론사’가 생생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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