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검진, 선택아닌 필수"

  • 입력 2003년 3월 30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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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이 전국을 가득 메우는 소생의 계절 봄이다. 그래서인지 겨울 동안 소홀히 했던 몸을 점검하기 위해 최근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2월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지부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하루 평균 200여명이지만 최근엔 하루 평균 250여명으로 증가했다.

건강검진은 질병의 예방뿐만 아니라 사소한 증상에도 ‘혹시 어디가 잘못 된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10만∼1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건강검진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선 건강검진 전날에 올바른 몸가짐을 해야 하지만 당일에도 반드시 지켜야 될 사항들이 있다.

▽효율적인 검사를 받으려면=위내시경, 대장내시경, 위장조영술, 복부초음파 등을 받는 사람은 위나 장에 음식이 들어가 있으면 제대로 검사가 안 되므로 저녁식사는 오후 9시 이전에 끝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건강검진 전날 마신 술은 간기능 수치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대개 안주를 같이 먹게 되므로 건강검진시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과식이나 과음을 했다면 건강검진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또 건강검진 2∼3일 전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복용하던 약을 피해야 한다. 이들은 간수치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강하제 복용을 피해야 한다. 8시간 이상 위가 빈 상태에서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면 저혈당에 빠질 우려가 있다. 고혈압 환자는 약을 평소보다 적은 양의 물로 복용한다.

검진 당일 커피, 껌, 담배 등은 혈압이나 혈당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피한다. 가벼운 체조나 양치질 정도는 무방하다.

틀니를 낀 사람은 내시경 검사 전에 뺀 다. 의사가 내시경을 입안에 넣다가 틀니가 기도 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 평소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심장에 자극을 주는 내시경 검사보다는 조영제를 마시고 찍는 위장조영술을 받는 것이 좋다.

소변검사는 처음에 나오는 오줌을 받지 말고 중간의 것을 받는다. 처음에 나오는 오줌은 보통 오염이 돼 있어 소변검사 결과 염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와 재검사를 받게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여성은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10일 정도 지난 때 건강검진을 받는 게 가장 좋다. 생리 시작 직후에는 자궁암 검사와 소변검사에서 비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여성은 가슴X레이, 유방촬영(맘모그램), 위장조영술 등의 방사선 검사를 받기 전에 임신테스트를 통해 임신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임신 1∼2개월엔 방사선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목걸이나 귀고리는 방사선 검사에 방해가 되므로 집에 놔둔다.

▽건강검진 결과표 해석=혈압은 편안한 마음으로 평균 2∼3번 정도는 재야 제대로 나온다. 건강검진시 혈압이 높게 나온 사람도 집에서 재면 정상인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24시간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여부를 판단한다.

여성의 경우 소변검사 결과에서 염증이 의심되더라도 신장질환이나 빈뇨와 같은 증세가 없으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

그러나 남자는 요도염증, 전립샘염 등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혈뇨가 있으면 신장염이나 방광에 출혈이 있는 것이 의심되므로 재검사를 받는다.

간수치는 높게 나온다고 바로 간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상 수치보다 2∼3배 정도 증가하면 대부분 지방간이 많다. 지방간은 과식, 음주, 운동부족으로 인해 체내에 과다 섭취된 지방이 간에 저장된 것이다. 지방간은 자체가 병이 아니므로 금연과 운동 등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최소 2개월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고지혈증의 경우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혈관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가 없고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이 160mg/dL 이하인 경우는 우선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된다. 간이나 콩팥의 물혹(낭종)은 나이가 들면 조금씩 있으므로 매년 크기 변화만 관찰하면 된다.혈액검사를 통해 각종 암을 진단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췌장암, 자궁암, 갑상선암, 대장암 등은 피검사를 통해 진단하기 어렵고 단지 연관성이 보인다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정상 암수치 보다 1.5∼2배 많은 경우는 재검사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다만 전립샘암의 경우는 혈액검사를 하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천은미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전성훈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건강관리협회 병원보다 20% 저렴▼

한 여성이 서울에 있는 건강검진센터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고 잇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 다른 병원에서 받는 검진료보다 10∼20% 정도 저렴하다. 또 대한임상병리정도관리학회에서는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의료기관의 건강검진 장비나 시설 등을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받는 병원이 관리학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지 확인하면 건강검진장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

특별한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종합검진을 받는 것보다 특정 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시간과 검사비를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해당과 의사가 그 분야에 질환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가야할 과를 소개해주기 마련이다.

혈압측정, 흉부X선, 간염검사, 간기능검사, 콜레스테롤 검사, 소변검사 등은 기본 검사다.

고혈압 환자는 1∼3년 간격으로 심장초음파, 심혈관류검사, 운동부하검사(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위험도측정) 등을 받는다.

고혈압의 조절이 잘 안되거나 고지혈증과 당뇨가 있는 경우, 20년 이상의 흡연자인 경우는 매년 목동맥초음파나 2∼3년에 한 번씩 뇌중풍(뇌MRI, 뇌혈류검사)에 대한 검사를 받으면 뇌혈관질환 예방과 조기치료에 도움이 된다.

간경변증이나 만성간염이 있는 환자는 간암 여부를 알기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복부초음파검사를 받는다. 또 1년에 한 번은 식도에서 핏줄이 터져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는 식도정맥류 여부를 알기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0년 이상의 흡연자는 1∼3년 간격으로 폐기능검사와 폐암 여부를 알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받고 알코올 과다섭취나 알코올 중독자는 1∼2년 간격으로 복부초음파(간경변증과 비장질환 여부), 위내시경검사 등을 추가로 받는 것이 좋다.

한편 40세 이상의 성인은 위암 검사를 2년에 한 번씩, 20세 이상의 성경험이 있는 여성은 매년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암과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가 가능하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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